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연하다 여겼던 일상이 깨지고 있다.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도 단번에 해결할 수 없을 이 문제의 해답은 평범한 우리 삶을 지켜가는 데 있을 것이다. 할 일과 지켜야 할 것에 충실하면서 일상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돌볼 필요가 있다. 약선음식전문가 고은정 우리장학교 대표와 <프레시안>에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을 연재 중인 김형찬 한의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균형을 잃기 쉬운 시기 극복을 위해, 조용히 다가와 버린 봄에 맞는 제철음식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2020년 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가는 곳, 만나는 사람, 만지는 물건, 숨 쉬는 공기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언제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극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공기의 질이 최악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은 꽤나 낯설고 섬뜩하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일까? 사망자가 연일 발생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죽음에 예민했던가 싶다. 2018년 한해 우리나라의 자살자수는 1만3670명. 하루에 약 37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일부 유명인의 경우에만 반응했을 뿐,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우리는 대부분 무심했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 혹은 꾹꾹 누르며 참고 살았던 삶의 존엄에 대한 위기감이 이번 사태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불안은 필요 없는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고, 기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마음의 힘 또한 약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잘 쉬는 일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강제로 생긴 빈 시간을 반복되는 정보를 습득하며 불안으로 채우기 보다는, 관점을 바꿔 이 기회에 잘 쉬어 볼 필요도 있다. 좋은 휴식은 바이러스로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고, 이 시절이 지나고 난 후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넷째 날의 밥상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늦추고 잘 쉴 수 있는 휴식을 위한 음식들로 차려본다.
고로쇠물밥
긴장을 푸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단맛이다. 당분은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높이고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하는데, 어쩌면 이러한 반응은 우리 뇌에 풍요와 안전이라는 신호를 주는지도 모른다. 설탕중독이나 탄수화물중독처럼 당분이 주는 위로를 탐닉하는 것은 건강을 해친다. 하지만 이처럼 강박을 강요하는 시절에는 잠시 건강한 단맛으로 예민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다.
고로쇠 물의 당분은 환절기에 필요한 해독과 대사의 활성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효과적이고, 나무 수액에 풍부한 칼슘과 마그네슘 그리고 칼륨과 같은 성분들은 편중된 영양섭취로 균형을 잃은 우리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달한 맛이 주는 행복감이 크다.
고로쇠물밥은 바짝 곤두선 마음을 눅여주는 달달한 봄날의 마법이다.
<재료>
쌀 2컵, 고로쇠물 2.5컵
<만드는 법>
1. 쌀을 손으로 가볍게 비비면서 3~4번 씻어 건진다.
2. 압력밥솥에 씻어 건진 쌀을 넣는다.
3. 고로쇠물을 2.5컵을 붓는다.
4. 40분간 불린다.
5. 솥을 불에 올리고 센불로 끓이다가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불을 최소로 줄인다.
6. 1~2분 후에 불을 끄고 김이 저절로 빠질 때까지 둔다.
7. 솥뚜껑을 열고 밥을 고루 섞어 푼다.
단짠용안육
원안圓眼, 원육元肉이라고도 불리는 용안육은 용안나무의 성숙한 열매를 채취해서 과피를 벗기고 얻은 과육을 말린 것으로, 예전부터 체력이 허약하거나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서 생긴 불면증이나 건망증에 쓰여 온 한약재이다. 그 특유의 달콤함과 향으로 팽팽한 신경의 긴장을 풀고,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용안육을 짭짤한 간장으로 조린다. 현대인이 중독된 체인식당의 단짠과는 격이 다른 단짠이 말린 과육의 식감과 어울려 입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하게 한다.
<재료>
용안육 100g, 간장 1큰술, 조청 1큰술, 물 3큰술, 통깨 넉넉히
<만드는 법>
1. 용안육을 흐르는 물에서 재빨리 씻어 건진다.
2. 냄비에 간장, 조청, 물, 식용유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3. 바글바글 끓는 양념장에 용안육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4. 불을 끄고 통깨를 넉넉히 넣고 잘 섞어 그릇에 담아낸다.
바지락탕
신경의 긴장과 피로를 푸는데 단맛이 좋지만 과하면 소통을 막고 울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평소에 과식과 기름진 음식,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몸 안에 염증성향이 많은 경우에 과도한 단맛은 건강에 해가 된다. 청주와 쪽파를 넣어 맑게 끓여낸 바지락탕으로 이런 걱정을 덜어낸다. 칼칼한 맛이 필요하다면 매운고추를 더해도 좋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속에서 뭉치거나 몸이 지나치게 늘어지지 않도록 돕고, 제철 바지락의 몸에 필요한 영양을 무겁지 않게 채워준다.
바지락탕은 휴식을 위한 밥상의 치우침을 막아주는 개운한 조율자다.
<재료>
바지락 1kg, 물 1L, 청주 1큰술, 쪽파 5뿌리, (매운 고추 1~2개)
<만드는 법>
1. 바지락조개를 해감한다.
2. 해감된 바지락조개를 찬물에서 박박 문질러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건진다.
3. 냄비에 바지락조개와 물, 청주를 넣고 뚜껑을 연 채 끓인다.
4. 쪽파는 다듬어 씻어 송송 썬다.
5. 매운 고추는 씻어서 송송 썬다.
6. 바지락조개가 입을 벌리면 불을 끄고 그릇에 담는다.
7. 쪽파와 취향에 따라 매운 고추를 얹어 상에 낸다.
원조元棗뱅쇼
용안육과 함께 단맛으로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약재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추다. 살이 실한 대추와 용안육을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와인에 넣고 끓여 따뜻한 뱅쇼를 만든다. 술기운이 날아가며 그 순환하는 힘만 남긴 빨간 물은, 달큰하고 새콤한 맛으로 입에 즐거움을 주고, 온 몸을 돌며 근육과 뇌에 남은 긴장과 피로를 풀어낸다.
원조뱅쇼는 전염병의 시대란 무게를 견디고 있는 내 몸에 주는 선물이자, 좋은 수면을 위한 작은 도움이다.
<재료>
레드와인 750ml, 용안육 10g, 대추 30g, 물 300ml
취향에 따라 꿀 약간
<만드는 법>
1. 용안육은 흐르는 물에서 빠르게 씻어 건진다.
2. 대추는 깨끗하게 씻어 씨를 발라 놓는다.
3. 용안육과 대추를 물과 함께 끓여 충분히 우려낸다.
4. 3의 재료를 체에 한 번 거른다.
5. 체에 거른 4의 재료에 와인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6. 와인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알콜이 날아가도록 30분 정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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