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던 원심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직권남용 관련해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법 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이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해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등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유죄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의 혐의 대부분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앞선 재판부가 일부 '과도한 판단'을 내렸다고 본 셈이다. 이로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 쟁점이 복잡하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열린다. 대법원은 2018년 2월 이 사건을 소부2부에 배당했다가 같은 해 7월 전원합의체로 넘겨 심리해왔다. 직권남용 관련해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직권남용 관련한 기준을 세울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로 유죄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국회 의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배제에 관여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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