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기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면전만큼은 피하기 위한 '최후의 외교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피습되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란의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드론으로 표적 살해한 상황에서 과연 외교로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6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초래될 결과를 생각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의 지도자들은 중동에 있는 미국의 자산을 이란이 직접 공격할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욱 격렬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이란 지도부의 자제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이란이 배후세력임을 부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친이란 민병대 등을 동원해 미국의 자산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전면에 나서 미국의 자산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만 5000여 명 등 중동에 무려 6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뚜렷한 명분이 없이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키울 경우 중동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카타르 등 중동의 친서방국들조차 이란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수만 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는 카타르의 지도자들이 이란으로 달려가 지지 의사를 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친미 걸프연안국들인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사우디는 자국과 협의 없이 이뤄졌다며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동을 분열시키는 외세'라는 인식이 중동 전역에 확산되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만일 미국을 지지했다가는 이웃 이란의 공격에 곧바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 지도자들도 전면전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외교적 노력을 한다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을 키우는 또다른 요인은 핵문제다. 이란은 5일 '5+1' 국제열강과 맺은 핵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선언을 했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이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핵합의에 참여한 유럽 열강들도 핵합의 유지에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런 불만을 가진 이란 정부는 핵합의 일부를 파기해오는 조치 끝에 솔레이마니가 살해된 사건을 기점으로 우라늄 농축 제한이라는 핵심 합의마저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핵합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프랑스, 독일, 영국이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졌다"면서 "남은 선택지는 전면적인 전쟁으로 가는 것뿐이라는 인식이 외교적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뿐"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렸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과 별개로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 "이란이 군사적 보복을 예고했지만, 전면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을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전쟁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군사력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현 정권은 국제적인 제재 등으로 경제사회적 불만이 고조돼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경우 정권이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문에 이란의 지도부가 자존심을 살리는 정도의 제한적인 보복 공격을 하고,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한적인 정밀 타격을 하는 정도로 전면전만큼은 피하는 상황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실질적인 핵위협으로 보는 한 이란 정권을 궤멸시키려는 작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로 언제든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