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17일 업무방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이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노사관계를 총괄했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 4개월이 선고됐다. 이 의장과 강 부사장은 나란히 법정 구속됐다.
이 의장과 강 부사장 외에도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징역 1년 6개월) 등 7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 13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나머지 유죄 인원 6명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로 인해 검찰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재판에 넘긴 32명 중 26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 "노조 와해 문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 의장 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 임직원이 노조원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표적 감사, 탈퇴 설득 등에 활용하고,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의 폐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게 6억 원 가량의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이 경찰 수사 중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전략이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 구도를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를 사실상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가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인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 관리하며 명목상 도급계약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 벌금 7400만 원을 선고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무죄 선고 이유에 대해 "검찰은 이상훈 의장이 대표자라며 삼성전자도 기소했지만, 이상훈 의장은 최고재무책임자이지 법적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며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 의장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로 2013년 삼성그룹에서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이 공개된 뒤 벌어진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1심 재판이 6년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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