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5일 방한했다. 북한이 연일 '중대 실험' 사실을 밝히며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비건 대표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해 한반도 정세에 관해 상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강경론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한은 보란듯 비건 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둔 14일, 두 차례나 '핵'을 언급하며 대미 압박 수준을 끌어 올렸다.
특히 북한이 크리스마스(오는 25일)를 기점으로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전략 무기와 관련된 '중대한 시험' 사실을 계속해 전하고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었다"고 밝혔혔다. 지난 8일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지 엿새만이다. 이어서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담화를 통해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또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 "첨예한 대결 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리 군대는 최고영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박 총참모장은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적대 세력들의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도발에도 다 대비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운을 뒀다.
북한 측이 '중대한 실험'을 언급하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천명한 데에는, ICBM 신형 엔진, 연료 등을 실험했을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ICBM을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도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미국에 대항한 핵 억지력으로 여긴다.
이때문에 북한의 ICBM 도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북한이 ICBM 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도 이를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탄핵 절차로 인해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 실험 압박 등에 굽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경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 북미 양측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데 이어 이제는 ICBM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이들 불량 국가 위협들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끔찍할 것"이고 "아무도 그것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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