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가 오보 인정한 것은 6월3일자 기사**
<네이처>는 지난 5월6일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연구실 대학원생의 난자를 사용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고, 이에 지난달 22일에는 한국생명윤리학회가 황우석 교수팀에게 의혹을 해명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일단 7일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네이처>가 지난 5월6일자 기사가 오보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사들을 자세히 보면 <네이처>가 오보를 인정한 것은 5월6일자 기사가 아니라, 6월3일자 기사다.
<네이처>는 6월3일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후속 기사 성격으로, 지난달 22일 한국생명윤리학회가 황우석 교수팀에게 의혹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을 한 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물론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물론 국내 언론은 어디도 이런 <네이처>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본지는 이미 한국생명윤리학회 기사를 상세히 보도했었기에 <네이처>의 3일 보도는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던 국내언론이 갑자기 보도도 하지 않았던 3일자 기사에 대해 "<네이처>가 오보를 인정했다"면서 나섰다. 심지어 지난달 22일 생명윤리학회의 소식을 다른 언론들이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룬 것과는 달리, 당시 생명윤리학회의 소식도 기사화하지 않았던 <중앙일보>도 이번에는 적극 보도에 나섰다.
***<네이처>, "황우석 오보로 권위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했다?"**
<조선일보>는 "감정적으로 우리 연구를 비판하다가 <네이처>의 권위에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한 것"이라는 황우석 교수의 얘기를 인용해, 마치 <네이처>가 황우석 교수에 대해 큰 오보를 냈고 그것을 인정한 것처럼 독자들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네이처>가 오보로 인정한 내용은 6월3일자에 한 면을 할애해 실린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기사에서 일부에 불과한 내용으로, "황우석 교수 연구를 심사한 한양대 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가 심사위원 구성과 자격에 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식약청은 "IRB는 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 등을 전공하지 않은 자로서 변호사, 종교인 1인 이상과 해당 시험 기관과 관련이 없는 자 1인 이상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양대 병원 IRB는 "한양대 병원 교회의 전도사와 외부 의과대학 교수 1명이 포함돼 있어서 규정을 만족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네이처>가 인정해 정정 보도를 실은 것이다.
<네이처>는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윤리 의혹이 있다는 자사의 보도에 관한 내용을 정정한 게 아니라, 황우석 교수팀 연구를 심사한 한양대 병원 IRB의 심사위원 요건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한양대 병원 IRB의 심사위원 요건이라기보다는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한양대 병원 IRB의 심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이다. <네이처>의 5월6일 보도나 생명윤리학회의 공개 질의도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황우석 교수와 한양대 병원 IRB는 계속 심사 내용을 공개할 것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언론 "황우석 교수 보호하기'**
그간 한국 언론이 황우석 교수팀 연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 동안 외국의 과학저널과 언론은 황우석 교수팀 연구의 윤리 의혹에 대한 기사를 계속 게재해왔다. 지난 5월6일 <네이처>가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윤리 의혹을 크게 보도한 데 이어, 5월14일에는 경쟁지이며 황우석 교수팀 연구를 발표했던 <사이언스>도 한 면을 할애해 황우석 교수 연구를 둘러싼 잡음을 보도했다.
지난 6월3일자에 <네이처>가 또 한 차례 후속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지난 5월말에는 영국에 설치되는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은행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를 윤리적 문제 때문에 받지 않겠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물론 이런 내용은 국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이 황우석 교수를 띄우기 위한 노력은 가끔 오보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언론은 2일 황우석 교수가 "국제연합(UN)에서 과학자로서는 국내 최초로 연설을 한다"고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2일 황우석 교수 연설은 치료목적의 배아복제를 찬성하는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UN 회의장을 빌려서 개최한 행사에서 진행된 것이다. 미국의 민간단체가 자기 주장을 홍보하기 위해서 황우석 교수를 데려다 강연을 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시민단체가 국회 회의장을 빌린 자리에서 연설을 했을 때 그것이 국회에서 한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다.
현재 치료목적의 배아복제를 규제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UN이 한쪽 입장을 대변하는 황우석 교수에게 연설을 시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쯤 되면 황우석 교수가 <네이처>에게 한 말은 그대로 국내 언론에도 적용될 듯하다. "감정적으로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다가 국내 언론의 권위에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한" 셈이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대부분 국내 언론이 생명공학 발전에 따른 경쟁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최소한 외국의 언론이 갖는 균형 감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균형 감각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반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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