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책을 읽고 나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은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긴 소설을 짧은 스토리로, 활자를 그림으로 요약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픽 노블은 시각적이라 이해하기 쉽고, 요약적이라 간소하며 감정의 흐름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그래픽 노블에 대한 접근성과 통속적인 관념을 과격하게 타파한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책은 2019 부커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가 원작이다. 2019년 부커상은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에 주어졌다. 원작자는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 널리 평가받는다. 동시에, 환경, 인권 등 오늘의 다양한 주제 또한 놓치지 않는다. 캐나다와 미국 등지의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림 및 각색을 담당한 르네 놀트는 그래픽 노블 작가다. '강렬한 색채의 수채물감과 잉크를 사용한 삽화'로 유명하다. 원작을 읽지 않아서 그래픽 노블이 어느 정도 요약돼있고 변용돼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작은 오래전인 1985년 발표됐다. 지난 3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로서 세상 사람들의 사랑받아 왔고 최근에는 TV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래픽 노블에서 여성은 여성조차도 아니다. 그저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의 수준으로 설정된다. 가부장제 질서와 권력 속에서 이를 당연시하게 살아온 이른바 '한남'으로서 살 떨리는 두려움이었다.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나 또한 이런 폭력적 세계관에서 헤어나지 못 한 채, 평생 이렇게 살다 따라갈 것이다.

마치 생리혈을 상징하는 듯한 빨강, 폭력과 권력의 검정, 그리고 음울한, 마치 낡은 흑백영화와 같은 회색 톤에 이르는 컬러는 강렬하고 구성은 탄탄하다. 영화 같기도 하고 단편소설 같기도 하다. 철저히 계산된 조직력이다.

내가 애써 되지도 않는 문장으로 스토리를 설명하기 보다는 출판사가 책 표지에 안내한 요약문이 훨씬 뛰어나기에 그 둘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뒷 표지), "르네 놀트는 선과 색을 극적으로 탈바꿈시켜 공포와 체념, 자포자기, 실낱같은 희망의 감정을 표현했다."(북리스트)

▲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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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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