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남긴 편지의 감동을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모차르트의 편지>

"가장 사랑하는 아빠! 저는 시처럼 쓰지는 못합니다.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글귀들을 멋지게 배치해서, 그늘과 빛이 피어나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화가가 아니니까요. 손짓과 몸짓으로 기분과 생각을 나타낼 수조차 없습니다. 무용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내일은 칸나비히 씨 댁에서 아버지의 성명(聖名)축일과 생신을 축하하며, 피아노를 연주하기로 합니다…… 그럼, 음악적인 축사로 끝맺겠습니다. 더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할 수 없게 될 그날까지, 아빠가 살아계시길." (1777년 11월 8일, 독일 만하임에서 W.A.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이 책이 번역되기 전, 이 편지의 부분을 어디에선가 읽고 한동안 즐겨 인용했던 적이 있다. 작년 5월 이 책이 번역됐단 걸 한 해가 더 지난 늦가을 들어 알았다. 그래서 부지런히 넘겨가며, 기억할만한 편지들을 하이라이트하거나 접어두게 됐다. 책은 일본에서 편역한 책을 번역했다.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빈센트 반 테오간의 편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편지글들은 생각보다 덜 알려진 것 같다. 서양 사람들의 편지벽이야 되풀이할 필요도 없지만, 모차르트의 편지에서도 시대를 넘어 감동을 안기는 멋진 구절들이 종종 발견된다. 즐겨 인용되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모차르트가 누이 난네를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결혼을 앞둔 누나에게는 그저 장난기 가득한 동생이었다.

"결혼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지요, / 지금까지는 반쯤 수수께끼였던 것. / 곧 경험으로 알게 되지요. / 이브가 나중에 카인을 낳은 것은, / 어떤 일을 한 결과인지. / 하지만 누나, 누나는 그런 아내의 책무를 / 마음속으로부터 기뻐하면 다하겠지요…… /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 하지만 모든 일에는 두 가지 면이 있어요. / 부부생활은 많은 기쁨도 주지만, / 근심 또한 낳아놓지요. / 그래서 누나의 남편이 시무룩해서, / 누나에게는 전혀 책잡힐 일이 없는데도 / 어두운 얼굴을 하는 일이 있으면, / 남자의 변덕이라고 생각하세요. / 그리고 말하는 거지요ㅡ / '여보, 낮에는 당신이 좋으실 대로. / 그리고 / 밤에는 내키는 대로' 라고요." (1784년 8월 18일 빈에서, 솔직한 동생 모차르트)

옮긴이의 말을 재인용한다. "독일의 한 오페라 하우스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바흐는 우리에게 신의 언어를 전하고, 베토벤은 신의 열정을 전하고, 모차르트는 신의 환희를 전하기 위해 태어났다.'"

▲ <모차르트의 편지>(모차르트 지음, 김유동 옮김)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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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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