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적절한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최재천의 책갈피]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얼마 전, 광화문 서점에 들렀더니, 올리버 색스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었다. 반가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색스의 책이 나오기만 하면 나는 무조건 구입한다. 이번 책은 제목부터가 아름답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Everything in its Place)>. 책과 독서의 관련된 부분만을 정리했다.

"나(색스)는 대체로 학교를 싫어했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으면, 정보가 한쪽 귀로 들어와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수동적인 게 싫었다. …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 좋은 학습자였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그들은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자신만의 것'을 추구했다."

"나(색스)는 청취자가 아니라 뼛속까지 독자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고질적인 독자로서, 단락과 페이지의 쪽수나 형태를 거의 자동으로 기억해뒀다가, 대부분의 내 책에서 특정한 구절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곧바로 찾아낼 수 있다. 나는 '내 소유의 책', 즉 편제(조판과 편집)가 익숙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책을 원한다."

활자를 사랑하고, 읽고 쓰고 말하기가 공화국 시민의 기본 자질이라는 '문자 공화국(로버트 단턴)'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독서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색스는 달랐다. 특유의 진화론자답게 독서가 어떻게 해서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게 됐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나는 이 르네상스적 인간의 철저한 수혜자다. 늘 그의 글에 감동한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독서란 매우 복잡한 과제로, 수많은 뇌 영역을 호출한다. 그러나 독서는 언어와 다르다. 즉, 언어는 인간의 뇌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독서는 인간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는 비교적 최근(아마도 5000년 전)에 진화했으며, 뇌에 시각피질 중 미세한 부분에 의존한다. 우리가 오늘날 시각단어형태(Visual Word Form Area, VWFA)이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좌뇌(左腦)의 뒤쪽 근처에 있는 피질영역의 일부다. 이것은 자연계의 기본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 진화했지만, 문자나 단어의 인식을 위해 전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형태와 문자의 인식은 독서의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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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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