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서는 어떤 환경에서 일할까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 실태조사를 통해 본 사서의 노동

"'공무원이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사실 도서관 사서들은 대부분 위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구나 시가 위탁처를 바꿀 때마다 고용 불안이나 임금 저하 등을 걱정해야 하죠. 동료 중에는 기간제로 일하거나 단시간 일하는 사서도 많아요."

"워낙 저임금이에요. 그에 비해 업무량은 많고요. 지방자치단체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경쟁을 하기 때문에 사서들은 고유 업무에 더해 각종 공모 사업이나 지역 복지 행사 같은 일을 기획하고 집행하기도 해야 해요. 그런데도 편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처우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도서관 사서들은 겉에서 짐작하는 것과 사서의 실제 노동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흔히 안정적인 고용에 책을 다루는 일을 주로 할 것이라 여겨지는 도서관 사서의 실제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도서관이 서울시내 구립 도서관을 대상으로 사서의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도서관 사서의 노동환경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과중한 업무를 견뎌야 하는 직업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수도 상당하다. 또 한편으로는 서울 공공도서관 대부분이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간접고용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직종이기도 하다.

▲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 대부분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다. ⓒ연합뉴스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는 도서관 사서

전체의 94.3%가 사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직종인데도 불구하고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는 저임금에 시달린다. 서울 도서관이 수행한 '서울시 공공도서관 위탁 및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사서의 초임은 182만 원 수준이다. 3년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200만 원이 겨우 넘어간다. 전체 평균은 229만 원 정도다.

과중한 업무도 사서를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 중 8.5%는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 강민경(가명) 사서는 "사서 고유 업무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마을 사업, 공동체 사업이 유행하면서 사서도 구나 시가 요구하는 대로 관련 사업을 해야 한다"며 "뜻도 좋고 주민들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부족한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용자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 중 폭언을 경험한 비율은 67.9%다. 이는 자살 위험자 등을 상대하는 직종인 서울 정신건강복지센터 요원이 폭언을 경험하는 비율인 66.1%와 겨의 비슷하다.

비정규직 사서도 상당수다. 전체 사서 1640명 중 427명(26%)이 기간제, 시간제, 초단시간제 사서다.

위탁 운영되는 도서관 사서를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볼 경우, 사서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당시 3단계 정규직화 대상으로 민간위탁 분야를 꼽았다.

서울시에 있는 167개 도서관 중 146개(87%)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지방공기업 등 공공 혹은 학교법인, 종교법인 등 민간에 위탁을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사서들은 위탁처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 근속년수 삭감, 임금 저하 등의 위협을 겪는다. 임금도 수탁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일부 민간 위탁 공공도서관은 수탁기관인 재단이 임금 일부를 후원금으로 다시 거둬들이기도 한다.


저임금, 과중한 업무, 비정규직 고용 등이 작용해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의 평균 근속년수와 직장 만족도는 낮게 나타난다.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의 평균 근속년수는 4.5년이다. 직장 만족도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42.6점이다.


"비슷한 형태의 다른 직종에 비해서도 제도 정비가 안 되어 있다"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이 조례요청안 형태로 붙어있다. 조례요청안에는 사서 임금 기준 등 노동조건 및 인권 관련 내용은 물론 사서의 도서관 운영 참여, 교육 훈련 체계 등에 대한 제안이 담겨있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사회복지사와 같이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사업비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고 자격증을 소유한 다른 전문직에 대해서는 노동조건에 대한 입법이나 조례가 많이 있는데 사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실제 실태조사를 해보니 노동조건이나 인권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 제도적 정비가 너무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다른 직종과 달리 조례가 없었던 건 당사자 조직의 힘이 약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권리라는 건 누가 쥐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노동조건이나 인권과 관련해 입법과 조례를 직접 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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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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