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니다.
동양인이 아닐까? 아니 세계인이라도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누구인가....?"
스물여섯 살 조선인 조문상, 일본 이름 히라라 모리쓰네는 1947년 2월 25일 싱가포르 창이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국내 최초로 조선인 '전범' 조문상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CBS라디오는 7일 특집 다큐 <조선인 전범-75년 동안의 고독>을 예고했다. 다큐는 오는 11일 오전 11시 FM 98.1㎒에서 방송된다.
다큐는 '전범'으로 사형당한 조문상 외에도 사형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전범', 그리고 '전범'의 유가족들을 다뤘다.
1981년 정신질환을 앓다 거리에서 생을 마감한 남자, 1984년 운명을 다한 왼쪽 갈비뼈가 없는 강원도 양구의 한 농민, 1990년 일본 대사의 차에 올라타 유인물을 뿌리다 연행된 한 회사원 등. 이들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법정에서, 역사에서 폐기처분됐다.
다큐를 제작한 정혜윤 CBS 피디는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2차대전 당시 태국 콰이강의 다리 건설 현장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호주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룬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읽으면서 이 탁월한 세계문학에 등장하는 한 명이 바로 조선인 포로감시원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다큐는 조선인이 어떻게 전범이 되었고, 또 처형까지 됐는지 그 과정을 추정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전쟁의 범죄인을 심판하기 위한 도쿄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은 1946년 5월 3일부터 1948년 11월 12일까지 약 2년 반에 걸쳐 진행됐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5700여 명이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조문상을 비롯한 조선인 23명이 사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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