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무한책임'...국정 쇄신이 필요하다

[기고] 국내외 현안 산적한 때... 시간이 없다

국내외 정세가 심상치 않다. 비핵화 문제의 한 축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가 가속화하고 시리아 미군 철수에 따른 미국의 쿠르드족 배신 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한미군방위비 분담 협상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차갑다. 국내적으로 정치는 물론 경제와 남북관계에서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과 시민 사회는 조국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돌출하면서 자칫 정세가 내우외환으로 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국과의 협상이나 대북 관계는 집권층의 정치력만으로는 통제나 조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핵 비핵화 문제나 남북문제에서 청와대의 역할이 박수를 받을만한 최상의 것이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정치는 예측해서 대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 남북 관계, 북핵 문제의 교착 상태 또한 현 정권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가 진행되고 그의 외교 정책이 곳곳에서 난맥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관계가 얼마나 진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최고의 난제인 조국 사태 해결에는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흔쾌하게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 오늘날 서초동,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상반된 집회는 정치적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혼란할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원칙이 다양하다고 하나 그 가닥은 선조들이 이미 잡아 놓았다.

수정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도 이 나라에 법에 의한 지배는 뿌리를 내렸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 정치 집단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법치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불문율에 의한 관행, 도덕, 윤리 등이 정의와 진실의 실천을 위해 가동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보수나 진보 모두 이런 테두리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사태의 원인을 살필 때 조국 사태의 원인은 대통령의 인사권 발동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든 국회 청문회를 절차대로 거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정치에는 반대가 있기 마련이라 예상되는 반대를 고려한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 이른바 용의주도한 선택과 집중은 어느 경우든지 생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조국과 같은 인물을 발탁하고 '올인'한 것은 부적절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내로남불'이라는 소아적, 당리당략적 태도를 벗어나 살필 때 핵심은 분명해진다.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족이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은 진보, 보수의 영역을 넘어 상식에 벗어나는 행태였지만,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변호 논리가 진영대립으로 악화되고 급기야 진보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비화했다.

서초동, 광화문에서 집회 시위가 장기화되는 사태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3권 분립 차원에서 행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하고, 동시에 국가수반답게 입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과 날밤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면서 정략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대국적 견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경우 보수정치인이었으면서도 노예해방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이 자신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기보다 대중적 규탄을 유발하는 언행을 한 것도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검찰의 조국 관련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행정력을 가동해 바로잡고, 검찰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조국 일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통령은 국정을 진두지휘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기존의 정치사회적 시스템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전체 사회가 크게 잘못되지 않고 굴러갈 수는 있다. 하지만 소모적이거나 불필요한 논쟁의 원인을 손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과 같은 정치는 박수 받기 어렵다.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서 법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밝히고 조국 사태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약속과 그 이행의 과정 자체가 정치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에 대해서는 그 이행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과정을 국민에게 밝혀,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국민에게 사과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반환점을 돈 이 상황에서 과연 공약 사항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 정권이 촛불혁명의 외침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촛불로 확인된 범사회적 개혁 요구를 실천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그것을 대선 공약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나도록 대통령 공약 사항 중 다수가 이행되지 못해 사회적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집권층은 경제 지표 등을 앞세운 태도를 고집하지만 자영업의 지속적인 붕괴나 일가족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이 여전하다는 점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지금 국내외적인 변수들이 갖는 폭발력은 너무 크고 엄중하다. 산적한 대외 문제에 대한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쾌도난마와 같은 통쾌한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강력한 힘은 정의와 진리의 실천을 담보할 원칙에서 나온다. 소탐대실은 남의 일만이 아니다. 큰 정치를 위해서 털어낼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감동하고 박수를 보낼만한 모범답안과 같은 정치를 해야 할 때다. 당연히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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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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