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강경파 김영철 다시 전면에…"美 시간끌기, 어리석은 망상"

"북미 정상 친분에도 한계 있다" 미국에 공개 압박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까지 미국과의 대화를 사실상 이끌었던 북한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미국에 양국 지도자의 친분을 이용해 '시간 끌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 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실무진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면서 "얼마 전 유엔총회 제74차 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대표는 우리의 자위적국방력강화조치를 걸고들면서 미조(미북) 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미국 대표는 로버트 우드 미 군축 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드 대사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기존 안보리 제재를 계속 전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의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리처드 지명자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대응에 대해 "불량 국가들의 제한된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 전략군사령관 지명자라는 놈은 국회 상원에서 증언하면서 우리 국가를 '불량배 국가'로 악의에 차서 헐뜯었으며 미 군부 호전세력들은 우리를 겨냥한 핵 타격 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며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이러한 적대행위들과 잘못된 관행들로 하여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 뻔 했던 조미(북미)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의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러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미 수뇌(정상)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관료를 비롯한 실무진들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친분을 언급하며 미국 정부와 실무진들의 셈법 변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이 우리가 신뢰구축을 위하여 취한 중대조치들을 저들의 '외교적 성과물'로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지만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며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에 이어 이번에는 김 위원장까지 나서서 대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을 두고, 미국과 협상 시한을 올해 안으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이틀째 회의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16년 당 대회 때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밝혔던 김 위원장이 2020년인 내년에는 일정한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도 북한의 이같은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경제 개선을 위해 북미 간 관계 개선은 사실상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계산법'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4~5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만남을 가진 것 자체에 의의를 두면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확인한 북한이 더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영철 전 부장이 이날 담화를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 명의로 발표하면서, 그가 통전부장에서는 물러났으나 아태평화위 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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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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