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 이스라엘에 반기 드는 서방…프랑스, 영국 이어 美 동맹 호주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호주, 9월 유엔총회에서 국가 인정키로…"팔레스타인 아이들, 다른 미래를 꿈 꿀 자격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을 공식화하면서 국제적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에 이어 호주도 오는 9월 유엔(UN)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호주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는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제 80차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여 '두 국가 해법'과 가자지구 휴전, 인질 석방을 향한 국제 사회 모멘텀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방 주요 국가들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 인정 선언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동의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헌신에 따라,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이를 엄숙히 선언할 것"이라고 밝히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29일 연설에서 조건부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캐나다 역시 이러한 뜻을 내비친 바 있는데 여기에 호주까지 동참한 상황이다.

호주 정부는 "1947년 이래 이스라엘의 존재를 지지해왔다. 그해 두 국가 해법을 권고한 유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허버트 에바트 호주 외교장관이었다"며 "지금처럼 당시에도 국제사회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두 국가 해법을 필수 요소로 인식했다"고 이날 보도자료 발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가 분할을 위한 유엔 결의안 181 통과에 가장 먼저 찬성표를 던진 나라가 호주였다. 그후 77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더 이상 해당 결의안 이행 협상을 두 당사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호주의 이번 결단으로 중동의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역사적 글로벌 모멘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Occupied Palestinian Territories)의 병합 위협 및 명백한 팔레스타인 건국 반대 입장을 통해 두 국가 해법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며 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호주 정부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며 가자지구에서의 법적, 윤리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부로 인해 부득이 호주는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고 음식과 의료 물자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구적인 민간인 강제 이주는 불법"이라며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전혀 다른 미래를 꿈 꿀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하마스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하마스는 계속해서 두 국가 해법에 찬물을 끼얹고 이스라엘 존재권을 거부하고 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무자비하게 납치했던 이스라엘 인질들을 즉각 아무 조건 없이 존엄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석방해야 한다"며 "호주 정부는 지속적으로 건립된 팔레스타인 국가에서 하마스의 역할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호주 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길을 아직 멀다. 팔레스타인을 위한 거버넌스와 안보 협약 및 이스라엘의 안보 보장이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평화 계획을 위해 호주는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열망을 담은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래로 가는 유일한 길인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건설적인 파트너로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로켓으로 공격할 때만 해도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6만 명을 넘어서고 이스라엘이 식량 공급을 통제하는 등 전쟁범죄에 준하는 비인도적인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미 지난해 유럽에서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는 호주까지 이 흐름에 동참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사실상 전 세계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성을 인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40개 이상의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거나 인정할 계획이다.

▲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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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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