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운전자의 저소득이 위험 운전 강요한다"

[대담] 윤영삼 안전운임위원장과 이고르 노사르 공급사슬 규제·계약법 전문가

화물차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2018년 정부가 발표한 '교통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화물차 사고 치사율은 4%로 승용차 사고 치사율 1.5%의 2.6배에 달한다. 한국도로공사는 2018년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96명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214명의 45%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화물차 사고 원인의 80%는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의 배경에는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가 있다. 그 뒤에는 수입 보전을 위한 장시간 운행을 불러오는 낮은 운임이 있다.

한국 사회도 도로 안전을 위해 화물차 운전자의 낮은 운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정부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에서 화물차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과제의 하나로 "화물차 안전운송 운임제의 단계적 도입으로 적정운임 보장"을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안전운임위원회를 설치했다. 공익위원과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안전운임위는 내년에 적용될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를 올해 10월까지 결정해야 한다. 결정된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성격을 갖게 되며 우선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대해 3년 일몰제로 도입된다. 안전운송원가는 참고 가격으로 쓰이며, 철강재 등에 우선 적용된다.

호주, 미국 등은 한국에 앞서 안전운임을 도입했다. 호주는 2016년 연방법으로 안전운임을 도입했다. 비록 2018년 연방법이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6개 주 중 3개 주에 안전운임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18년 안전운임을 도입했다. 안전운임 연구 역사도 한국보다 길다. 미국 교통부가 2002년 발표한 '안전 비용(Paying for Safety : An Economic Analysis of the Effect of Compensation on Truck Driver Safety)'이 대표적이다. '안전 비용'에 따르면, 화물차 운임이 10% 오를 때 화물차 사고율은 9.2% 감소한다.

한국보다 먼저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고 연구해온 국가의 노조 간부 및 전문가 6명이 8월 27일부터 5일간 한국을 찾았다. 부분적이고 한시적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전면 실시를 한국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중 한 명인 호주 공급사슬 규제 및 계약법 전문가인 이고르 노사르(Igor Nossar) 변호사와 윤영삼 안전운임위원회 위원장이 8월 30일 프레시안에서 한국과 호주의 안전운임제에 대해 대담을 했다. 대담의 진행과 통역은 임월산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이 맡았다.

▲ 대담을 진행 중인 이고르 노사르 변호사(왼쪽)와 윤영삼 안전운임위원장(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노사르 변호사는 "호주 안전운임제의 기본 요소는 모든 화물차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적정 운임과 적정 노동조건, 도로운송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것 등"이라며, "이러한 요소는 화주에서 운수사업자, 운수사업자에서 화물차주로 이어지는 도로운송 공급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기업을 규제함으로써 도로 안전과 국민 안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호주와 달리 한국은 안전운임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촉박하게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안전운임제를 이야기할 때 안전보다는 화물차주에게 시혜를 베푸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화주들의 저항이나 책임 회피 움직임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사르 변호사는 "호주에서도 안전운임제 성격의 제도를 도입할 때 화주의 반대가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제도를 도입해 모멘텀을 만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위원장과 노사르 변호사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적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운전 행위를 강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데 공감하며 "운임 수준뿐 아니라 운행 거리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의 운임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래는 대담 전문.

▲ 대담 중 윤영삼 안전운임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이고르 노사르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이제 막 첫발을 뗀 한국의 안전운임제

임월산 먼저 간단하게 오늘 만남의 소회를 밝혀달라.

윤영삼 호주는 2012년 안전운임과 관련된 연방법이 통과되기 전에 주별로 시행된 역사를 갖고 있었고 연구도 뒷받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안전운임에 대한 논의 배경 없이 갑자기 안전운임을 결정하게 되어 촉박한 상황이다. 호주 같이 발전된 형태의 안전운임제로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은 많지만 조목조목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노사르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운수 산업뿐 아니라 공급사슬 규제를 설계하기 위한 많은 활동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 지원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어느 나라가 되었든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임월산 2018년 4월 '화물차 노동자의 최저임금제도'인 안전운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안전운임위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 안전운임위의 목표와 현재 상황을 소개해 달라.

윤영삼 법에 따르면,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 의결 사항은 네 가지이다. 첫째는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 결정이다. 두 번째는 이것들이 적용되는 운송 품목과 차량 종류 등의 결정이다. 세 번째는 안전운임제 발전을 위한 연구와 건의이다. 네 번째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의하는 기타 사항이다.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는 법에 따라 10월 말까지 공표해야 한다.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다. 시행을 준비하는 첫해이다 보니 운영이 원활하지만은 않다. 현재는 법령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삼일회계법인에 용역을 줘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에 대한 실태조사와 분석을 마쳤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에 적용할 운임과 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있다. 또, 운임과 운송원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산정지침을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미리 만들었어야 하는데, 현재 논의해가며 만들고 있다.

▲ 윤영삼 안전운임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호주 안전운임제의 네 가지 기본 요소와 기본 요소가 구현되는 방식

임월산 호주에서는 2012년 제정됐던 전국안전운임법이 연방 차원에서는 폐기되었지만 주 차원에서는 살아남아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호주 안전운임제의 기본적인 요소를 소개해달라.

노사르 호주에서는 총 여섯 개 주 중 세 개 주에서 안전운임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중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주인 뉴사우스웨일스주가 포함되어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제도를 중심으로 설명하겠다.

호주 운수 산업도 다단계 하청구조로 되어있다. 우리는 도로운송공급사슬이라는 말을 쓴다. 대기업 화주가 있고, 화주가 운수회사에 하청을 주고, 운수회사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다시 하청을 주거나 화물차 운전자를 고용하는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

호주 안전운임제에는 네 가지 기본 요소가 있다. 첫째는 모든 화물차 운전자에게 최저 운임을 비롯한 표준화된 최저 노동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도로운송공급사슬과 관련된 모든 기업이 제도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물 노동자와 직접 계약한 업체가 아니더라도 화물차 운전자가 최저운임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어야 한다. 즉, 최저운임이 지급되지 않으면 대기업 화주도 책임져야 한다. 셋째는 전체 공급사슬에서 가장 힘 있고 영향력 있는 대기업 화주가 특별한 의무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넷째는 화물차 운전자가 받아야 할 운임을 받지 못하거나, 노동조건 혹은 고용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쉽게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임월산 네 가지 요소는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나.

노사르 첫 번째 요소와 네 번째 요소를 실현하기 위해 최저 운임 등의 규제와 함께 화물차 운전자의 고충 처리를 위한 별도 위원회를 둔다. 화물차 운전자가 최저 운임 혹은 최저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이 위원회에 신고하고 구제받을 수 있다.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고충처리위원회는 40여 년 전부터 존재했다. 이제는 진보 보수 간 논쟁거리가 아니다. 화주나 운수사업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요소와 세 번째 요소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도로운수사업 일부에서 실현되고 있다. 2006년부터 도로운송공급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에 ‘왕복 기준 500km 이상의 장거리 운행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해당 업체들은 장거리 운행 화물차 운전자의 안전운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안전운전계획에는 최저 운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단거리 운행의 최저 운임은 화주와 화물차 운전자 간 단체협약을 통해 규제된다. 노동조합도 안전운임제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주체이다.

임월산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제외한 다른 두 개 주의 현황은 어떤가.

노사르 빅토리아주도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 이 제도에 따라 공급사슬에 관여하는 모든 업체가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책임을 지게 된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우버 등 운수산업과 관련한 플랫폼의 책임까지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아마 통과될 것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는 강제력 없는 최저운임이 있다. 현재 이 운임에 강제성을 주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역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 이고르 노사르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갈 길이 먼 한국의 안전운임제

임월산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호주의 네 가지 기본 요소와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면 어떤가.

윤영삼 첫째 요소인 ‘최저 운임과 최저 노동조건을 정해야 한다’와 관련해 노동조건은 제외하고 운임만 결정한다. 호주는 화물차주 노동자에게 공정노동법을 같이 적용한다. 한국에서 안전운임제 시행에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을 같이 적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이 안전운임과 따로 간다. 그래서 노동조건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둘째 요소인 ‘공급사슬과 관련한 모든 업체가 책임을 진다’와 관련해서는 운임 수준을 안 지키면 미약한 벌칙만을 적용하는 정도 수준이다.

셋째 요소인 ‘공급사슬의 최상위 업체가 특별한 책임을 진다’와 관련해 한국은 운수사업자에게 화물 운송을 직접 의뢰하는 화주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예컨대, 재벌 대기업 중에 물류 자회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물류 자회사가 운송 발주를 내면, 규제도 물류 자회사에만 적용된다. 그 위에 있는 재벌 대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습사슬 최상위 업체가 적용대상에서 빠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넷째 요소인 고충처리와 관련해 안전운임신고센터를 둔다고 되어 있긴 한데 국토교통부 산하에 두는 기관이다. 호주는 독립적인 심사위원회에 분쟁 해결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독립성이 약한 안전운임신고센터가 고충을 잘 처리해 화물차주가 쉽게 구제받을 수 있을지, 많이 이용될지 하는 우려가 있다.

임월산 그 외에 한국과 호주의 안전운임제는 어떤 점이 다른가.

윤영삼 호주는 안전운임제에 최저선의 성격을 주고, 이걸 상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으로 규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국에는 화물차주가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또, 호주는 노동조합에 최저 운임이나 노동조건 위반 사실에 대한 조사 권한을 주고 있으나 한국에는 없다.

그래도 이 제도를 가장 잘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조직이 안전운임위인데 기능과 권한이 너무 약하다. 호주는 1대 안전운임위원장이 공정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안전운임 문제를 전체 노동 문제를 관리하는 사람이 담당하게 했던 것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노사정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와 달리 사무국이 없는 등 안전운임위가 자문기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위상을 가진 기구여서 정부가 협치했다고 남기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안전운임위가 이해관계자나 일반 국민에게 의견을 청취하고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또, 우려되는 부분은 안전운임제가 3년 일몰제로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3년 후 지엽적인 문제라는 등 정치적 핑계로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는 것이 아닌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을 보면, 한국에서 안전운임제를 이야기할 때 안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 점이 있는 것 같다. 화물차주가 너무 못사니까 시혜를 베푸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호주의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연구를 읽으며 많이 느꼈다. 이건 정말 안전을 위한 것이다. 화물차주가 운임 좀 더 받고 살게 하자 이 정도가 아니다.

▲ 임월산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 ⓒ프레시안(최형락)

“화물차 운전자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운전을 유도하는 것”

임월산 윤 위원장의 말을 받아 질문하겠다. 노사르 변호사는 호주에서 수십 년 동안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안전운임제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는 내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사르 안전운임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도로 안전과 운임 수준, 운임이 산정되는 방식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호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수십 년 동안 도로 안전과 운임 수준, 산정 방식의 연관성과 관련한 전문적인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다 모아놓으면 내 키보다 클 거다. 도로 안전과 운임의 관련성은 부정할 수 없다.

언급한 연구의 핵심은 화물차 운전자의 건강이나 안전을 해치는 것이 도로 안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화물차 운전자에게 괜찮은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으면 위험한 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영삼 운임 산정방식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에 우선 공감한다. 현재 한국은 운임 수준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 원가, 소득, 투자 보수 각각의 금액을 결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운임 산정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속이나 과로를 줄일 수 있게 운임에서 거리에 기초를 둔 인센티브 또는 성과급제적 성격을 완화해야 한다.

노사르 말씀하신 대로 위험한 운전행위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는 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 시간에 보수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화물차 운전자가 더 빨리 가려고 한다. 화장실도 못 가고, 잠도 못 자고, 쉬지도 못하고 운전하게 된다. 그러면 그 기사는 도로 위의 폭탄이 되는 거다.

그래서 km당 운임을 주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연구가 많다. 운행 거리에 기초해 운임을 주면 운전자는 짧은 시간에 더 긴 거리를 가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km당 운임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간 운임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또 운전자가 일하는 모든 시간에 운임이 지급되어야 한다. 대기시간, 상하차 시간이 다 포함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위험 운전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거된다. 화물차 사고가 나면 기사만 다치거나 죽는 게 아니다.

▲ 이고르 노사르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안전운임제 확산은 세계적 흐름”

임월산 안전운임위원장으로서 한국 안전운임위원회 활동과 관련하여 바라는 점이 있는가.

윤영삼 호주에 비해 한국의 화물자동차운송업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안전운임에 관한 논의의 역사도 없다시피 하다. 실태조사도 상당히 미흡하다고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실태조사 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활용하여 안전운임제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화물차주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간에 떡의 크기를 정치적으로 흥정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안 된다.

아울러 어떤 제도든 도입 첫해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운임을 정하고 나면 내년부터는 어떻게 할지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법과 제도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고, 화물연대를 비롯해 운수사업자, 화주 나아가 교통연구원 등 주체의 역량을 향상시킬 방안도 필요하다. 노사르 변호사 등 호주분들이 와서 세미나와 교육 등을 통해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 싶다.

논의 주체와 법 제도에 대해 덧붙이자면, 화주를 대표하는 곳이 무역협회와 상공회의소고, 한국은 수출 지향적 경제 성격이 높은 국가다. 화주들은 최저 운임을 규정하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반발한다. 기존 화주가 법적 화주에서 빠지겠다며 주선사 등을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도 한다. 공급사슬 최상위에 있는 화주를 너무 단순하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 등을 개정해 화주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해야 한다.

임월산 노사르 변호사에게 한국의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노사르 안전운임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급사슬 정점에 있는 사업자 책임을 규제로 강제함으로써 최저운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도로 안전과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안전운임제 성격의 법제도를 도입할 때 화주들이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통해 모멘텀을 만들면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안전운임 도입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4년 전 ILO가 도로운수사업과 관련해 노사정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 운수사업자, 노동자단체가 참여한 회의다. 그 회의에서 안전운임을 지지하며 추진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다시 비슷한 구성의 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는 순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한국의 안전운임제 도입도 세계적 흐름의 일환이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환영한다. 일단 법 개정을 통해 안전운임제가 전 품목으로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노력에 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한국에서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사람이 공격할 때 시행하는 국가가 별로 없는 고립된 제도라고 이야기할 거다. 그때 제가 와서 세계적 흐름이고 미래라고 말씀드리겠다. 역사적 순간에 역사적 장소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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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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