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은 23일 발표한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미 국무장관 폼페오가 미국 신문과 인터뷰에서 만일 북조선(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망발을 줴쳐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난 여전히 김 위원장이 이것(비핵화)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비핵화가 올바른 일이라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에 그것도 미국 협상팀을 지휘한다고 하는 그의 입에서 이러한 망발이 거듭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무심히 스쳐 보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6.12 조미 공동성명 채택 이후 미국이 한 일이란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전쟁 연습들을 끊임없이 벌려놓고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폼페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되어있고 조미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는 이미 미국측에 알아들으리만큼 설명도 하였고 최대의 인내심을 베풀어 시간도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저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두든지 아니면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의 이날 담화는 표면적으로는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미국 정부 인사들로부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언급이 나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리 외무상이 본인의 이름을 건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대응할 사안은 아니지 않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종료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제재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이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1시간 정도 회동을 가졌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역시 "오늘 대화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제가 받은 인상은 아마 북미 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북미 대화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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