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원전으로 전력수요 감당? 실현가능성 없다"

"원전, 짓는 데 15년 걸리고 부지도 없어…신재생에너지로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목표인 '인공지능(AI) 3대 강국'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전력 수요를 핵발전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원자력(핵)발전소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느냐"며 "그런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맹점이 있다. 원자력발전소 짓는 데 최하 15년 걸리고, 지을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핵발전소 지을 곳은) 딱 한 군데 있지만 거기도 지어서 실제 가동하려면 15년 걸리고, SMR이라는 소형 모듈 원전은 기술 개발이 아직 안 됐다"며 "지금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그 전력을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화석 에너지는 탄소 제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수 없다. 실현 가능한 방법은 재생에너지(뿐)"이라며 "그래서 거기에 우리가 집중할 거고, 재생에너지 산업을 이제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한 말을 두고 일부 언론이 '문재인 정부 때의 탈핵 기조로 회귀한 것 아니냐'고 풀이한 데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장관은 전날 간담회에서 "기존 원전(핵발전소)은 안전을 담보로 계속 연장해 쓰더라도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10년이나 돼야 지을 둥 말 둥인데 그게 대책이냐"며 "풍력·태양광은 1~2년이면 되는데 그걸 대대적으로 건설해서 그 방향으로 가야지 무슨 원전을 짓느냐는 얘기를 한 것이다. 에너지 믹스는 필요하고 원전도 있는 것은 써야 하지만, (신규 원전은)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라고 했다.

"(전력량) 수십 기가와트가 추가로 필요한데 이것을 원자력발전소로 하려면 30기를 넘게 지어야 하는데 그걸 어디다 지을 것이냐"고 그는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또 규제부처인 환경부에 핵발전 관련 기능을 이전해 기후에너지부를 출범시키는 데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 "반대로 한 번 생각해보라.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서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에너지 담당 차관, 환경 담당 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과, 아예 독립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낫나"라며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면 우리가 전기차를 많이 쓰자고 전기차 보조금을 줬는데 예산이 몇 조 원이나 들어갔다. 그것을 환경부가 관할했는데, 몇 년 동안 국가가 보조금을 주고 전기차를 진흥하면 국내 전기차 업체가 혜택을 보고 전기차 업체가 발전해야 되는데 결론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다 먹어버리고 국내 전기차 업체는 다 사라졌다. 환경부가 국내 산업 발전 생각을 안 하고 환경 보전 측면만 생각하면서 예산을 집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산재 사망사고 문제에 대해 사용자 측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산재사고 때문에 계속 얘기를 하는데,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산재사고 가지고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째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매일 모든 사망사고는 다 보고받고 있다"며 "조금만 신경썼으면 안 죽었을 사고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직사회에서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문제가) 확 줄어드는데, 사용자들은 신경을 별로 아직 안 쓴다"며 "왜냐하면 그래도 별로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징계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감옥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고용된 사람이 감옥가고, 가도 잠깐 있다 나오고, 재산적 피해도 없고, 위자료 조금 주면 되니까 계속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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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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