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시대, 수많은 다크호스를 인터뷰하다

[최재천의 책갈피] <다크호스>

1831년 출간된 영국 소설 <젊은 공작>에는 경마에서 돈을 벌었다가 ‘전혀 예상도 못 했던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는 대목이 있다. 이후 '다크호스(Dark Horse)'는 표준적 개념에 따른 승자와는 거리가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게 됐다.

수잔 로저스는 보스턴 버클리 음대 교수다. 수잔은 14세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세 명의 남동생을 챙기는 소녀 가장이 되었다. 아버지의 재혼 후에는 싸움이 일상이 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1세의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결혼을 하면 집에서 독립도 하고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의 보호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남편은 의처증 환자였다. 수잔이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까지도 질투했다. "록스타의 거시기나 크게 그려서 빨지 그래?" 이때가 수잔의 터닝포인트였다.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978년 수잔은 전문 음향기사가 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큰 단점은 음악엔지니어링 분야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는 점. 수잔은 자신의 '개개인성'을 지침 삼아 비전통적인 가능성에 주목했다. 먼저 음향예술대학교의 접수계원으로 취직했다. 좋은 성적, 좋은 학교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는, 표준화 계약의 관점에서 보면 무모한 결정이었다. 나이 스물넷에, 레코드사의 정규직 정비기사가 됐다.

"누군가가 그랬죠. 음악계에서 성공하는 일은 고속도로 갓길에서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서서 차를 태워주길 마냥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요. 저는 엄지손가락만 내밀고 가만히 서 있었던 적이 없어요. 걸어갔어요. 우두커니 서서 태워주길 기다리는 자세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요."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는 하버드 교육대학원 개개인학 연구소에서 '다크호스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수많은 다크호스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본질상 이례적인 경로를 따라 우수성을 획득했다. 다들 그러하듯, 다크호스들에게는 시스템에 저항하려는 충동 등의 공통적인 성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 쉽다. 조사한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성격도 태도도 사회 경제적 배경도 다 달랐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충족감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었다.

표준화 시대에는 우수성을 얻기 위해 힘쓰면 충족감이 따라왔다. 하지만 다크호스들은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르렀다. 개인화된 성공이란 충족감과 우수성을 모두 누리는 삶이다.

▲ <다크호스>(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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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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