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①거의 두 배로 늘었다. ②거의 같다. ③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 14개국 약 1만200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답을 맞춘 사람은 세계 평균이 7%. 한국인은 4%였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공동 수석인데, 25% 정도였다. 정답은 ③번. 이 문제 말고 열두 문제가 더 있다. 그래서 도합 열세 문제. 인간 평균 정답률은 10%였다. 침팬지는 33%. 부끄럽지만 나는 네 문제를 맞췄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열 가지를 지적한다. 통계에 관한 베스트셀러는 유니콘만큼이나 드물다는데, 책은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세계관을 교정한다. 인간이 가진 편견에 대한 놀라운 채찍질이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의사이자, 공저자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인도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첫 번째 수업은 신장 엑스레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첫 번째 엑스레이를 보면서 신장암 사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인도 학생 몇몇이 손을 들고 어떻게 진행되고,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했다. 내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온 게 분명했다. 이들은 전문의가 틀림없었다.
강의실을 나가면서 옆 사람에게 원래 4학년 수업을 들으려 했다고 말했다. '4학년 맞아요.' 그들은 이마에 카스트 표시를 새기고, 이국적 야자수가 자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까?"
나는 이때의 경험을 세계관을 바꿔야 했던 인생 최초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전까지는 스웨덴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가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서양이 최고이고 그 외는 절대 서양을 따라올 수 없으리라 여겼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이라는 말에 무례하게 반응한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이분법 대신 소득수준에 따른, 네 단계 명명법을 제안한다.
1단계는 하루 1달러의 수입뿐이다. 5명의 자녀가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서 물을 길어오기 위해 하나뿐인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맨발로 몇 시간씩 왔다 갔다 해야 한다. 1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2단계는 하루 4달러. 30억 인구. 3단계는 16달러. 20억 인구. 4단계는 32달러를 넘는다. 10억 인구.
저자는 '간극본능'이라는 용어를 가져온다.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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