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공식적인 정부 입장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일본에게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게 맞는가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자리에서 "지소미아가 한일 상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정치적, 군사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좀 더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나아가 "지소미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미일3국 간 별도의 정보보호협정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그런 체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뒀다.
반면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은 부정적인 기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는 그 자체의 효용성보다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 간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의 내용상 실익도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은 폐기하자는 쪽이 높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6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소미아 폐기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7%(매우 찬성 23.8%, 찬성하는 편 23.9%)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9.3%(매우 반대 19.8%, 반대하는 편 19.5%)였다.
지소미아 폐기 여부 결정에는 미국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당초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배경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 일본의 추가 조치에 제동을 걸자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태국에서 한일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 언급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소미아 폐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스퍼 장관은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동방위의 열쇠"라며 "협정이 유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주로 경제 분야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는 한일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비화될 경우, 한미일 3각 동맹에 기반한 중국 및 러시아 봉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로 풀이된다. 에스퍼 장관은 9일 한국을 방문해서도 지소미아 유지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도 지소미아 폐기에 따른 후폭풍을 경계했다. 강 교수는 7일 국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 일본 트라이앵글의 상징적 의미에 큰 금이 간다고 미국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생길 것이고, 이는 일본에 결코 유리한 결말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지소미아는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이지만, 동시에 끊게 된다면 한미 관계도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폐기 여부는 오는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최종 고비가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구체적 개최 일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NHK 방송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는 외교장관 회의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7일 보도했다.
지소미아 폐기 통보 시한을 사흘 앞둔 시점인 만큼, 한일 간 최종 담판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2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어서 3국 외교장관 회의가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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