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대표 영장 기각, 범죄는 있으나 범죄자는 없다?"

참여연대 "이재용으로 검찰 수사 확대 차단 시도 아닌지 의심"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대표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22일 참여연대가 논평을 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검찰 수사 확대를 차단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태한 삼바 대표와 같은 회사 재무이사인 김모 전무, 재경팀장 심모 전무 등 3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미 증거가 수집됐다는 점과 김 대표 등의 주거 및 가족관계가 명확해 구속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범죄 성부(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다른 한편으로 '증거가 수집돼 있으므로' 구속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이냐"며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과연 이 사건의 범죄사실이 모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추가 증거 인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우려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삼성전자,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임직원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에서 법원이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회계사기의 최종 책임자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2015년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기준 변경 시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을 고의로 누락한 점 △바이오에피스 내부 문서 조작 등으로 자본잠식 회사가 될 처지에 놓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흑자 회사로 변경한 점이 이미 확인됐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를 회계 사기로 판정해 검찰에 이미 고발한 데다 김 대표가 그간 거짓말 일부를 시인한 점을 들어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이 '회계사기인지 아닌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한국 영장 전담 판사가 생각하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회계사기'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며 "범죄는 있으나 범죄자는 없는 이 형국을 법원이 무슨 논리로 합리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 등의 구속 수사가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앞으로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관련 수사 방향에 여론의 관심이 더 쏠리게 됐다. 당초 여론은 김 대표 구속 후 김 대표 윗선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리라 추측했다.

구속 영장 기각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수사는 당초 여론의 예상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사팀은 앞서 검찰 출입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속도 조절이 있겠지만, 수사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구속 영장 기각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진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부당합병, 삼바 회계사기'의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이번 구속영장 심사에서 반일 감정과 국민 경제 위기론을 주장한 김 대표 등의 논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김 대표는 구속영장 심사 시 일본과의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나라가 어렵다고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두 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정을 농단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자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합병 비율 검토 보고서와 콜옵션 가치평가 보고서 등을 조작해 자본시장 기본 질서를 훼손한 삼성이 나라 경제를 운운하며 선처를 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적반하장이며,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껏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삼바 회계사기 사건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에서 이뤄졌다고 믿기 어려운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응분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했다.

▲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0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뒤 두 번째로 영장이 기각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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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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