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김학의, 장자연 사건의 공통점은?

[토론회]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공수처,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기소독점주의는 결국 '사건을 덮어주는 권력이다. 우리처럼 독점적인 검찰구조를 가진 나라는 없다. 공수처 설치의 핵심은 기소권 분산이다."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국정농단 사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에는 '검찰의 봐주기 의혹'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형사 절차는 수사와 기소, 재판으로 진행된다. 경찰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기소를 해야 법원이 재판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서 기소는 유일하게 검찰만이 가진 권한이다. 검찰이 김학의 사건 등에서 '기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그리고 이렇게 검찰 홀로 쥐고 있는 '기소권'을 나눠 권력형 범죄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자 추진 중인 것이 '공수처'다.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은 지난 4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신속처리안(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됐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윤석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이 법안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가 1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필요한 이유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참여연대 주최 '공수처,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조성은)

"검찰이 가진 막강한 권한이 문제"

이날 발제를 맡은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발생한 배경을 두고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꼽았다. 한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서 검찰이 주범 내지는 방조범이 되었던 이유는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하고 독점적인 권한 때문이다”라며 "수사와 기소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렇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검찰이기에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과의 유착 내지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교수는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결국 일부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게 했다"며 "기소독점주의에서 기소다원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민주정부 하에서는 권한의 분립과 상호견제의 원리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공수처를 두고 '외국에 입법례가 없다', '중국 공안과 비슷하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하고 있다. 한 교수는 "공수처가 중국의 공안과 비슷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수처는 영국의 중대부정수사처(Serious Fraud Office, SFO)와 가장 유사하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중대부정수사처(SFO)는 중대한 사기, 뇌물, 부정부패 등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사정기구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공소청이 수행하도록 철저한 기소분리주의를 택한 영국에서 유일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구인 셈이다. 중대부정수사처는 한 교수는 "이 기구에서 현재 4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60여건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단순히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것 이상으로 검찰개혁과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적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은 50개 주의 주검찰과 연방검찰, 연방수사국(FBI)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고 독일은 16개 주의 주검찰과 연방검찰이 수사는 하지 않고 경찰을 지휘하면서 권력의 분산과 탈집중을 실현하고 있다.

"'김학의 사건', 검찰이 기소할 사안임에도 기소하지 않아 생긴 문제"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은지 <시사인> 기자는 검찰 권한 독점의 폐해를 과거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 기자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 정연주 전 KBS 사장 수사, MBC <PD 수첩> 수사 등은 무리한 기소에 따른 문제였다"며 "반면 ,스폰서 검사 사건, 벤츠 검사 사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은 기소할 사안을 기소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하지만 검찰이 불기소하면 방법이 없다"며 "이를 견제할 방법으로 재정신청 제도가 있지만 '김학의 사건'에서 드러나듯 법원이 기각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또한 '김학의 사건'의 경우, 기소뿐만 아니라 2013년 첫 수사 당시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 2회, 통신사실 조회 4회, 압수수색 영장 2회, 출국금지 2회가 모두 기각됐다"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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