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김학의 전 차관 첫 재판에서 '팬티' 공방

여성단체, '장자연·김학의 사건 재수사' 거듭 요청

뇌물수수 및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첫 재판에서 때아닌 '팬티'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찍은 팬티를 사진 증거로 제출하자 양측 의견이 충돌한 것. 검찰은 옷에 대한 성향과 사건 관련성을 주장한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관련성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차관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 동영상에 나오는 팬티와 비슷한 팬티들을 (압수수색 당시) 촬영한 것"이라며 "사람이 옷을 입을 때 일정한 성향을 지니니 관련성이 있고, 압수한 원본 시디(CD)를 검증할 때 사진도 검증된다고 하면 관련성이 부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측은 "그 사진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전혀 없으니 증거로 제출하는 게 맞지 않다"며 "재판부가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재판 후, "일단 동영상 CD 자체가 원본 제출이 안 돼 있어 본인이 아니라거나 맞다는 의견을 아직 재판부에 밝히지 않았다"며 "팬티가 비슷하다는 것도 특이한 무늬나 독특한 형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삼각팬티인지 사각팬티인지 정도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수수 및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열렸다. 그러나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어 김 전 차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 측은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라며 "다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사항은 좀 더 확인해 나중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앞서 재판부에 범죄 행위가 일어난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가 없는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지만 금품 수수 중 일부는 조사받을 때도 인정했었다"며 "그러나 검찰이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가 맞다고 해도 그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특정해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1억7000만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서 3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000만 원의 뇌물을 챙겼으며, 이 중 1억원에는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또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다른 사업가 최모 씨에게서 395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판단했다.

같은 날, 여성단체들은 사법부에 '장자연·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거듭 요청했다.

녹색당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연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후보자의 검찰총장으로서 첫 업무는 검찰 '성 적폐' 청산이 돼야 할 것"이라며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사건을 검찰의 명운과 명예를 걸고 철저히 재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여성들의 불안과 국민적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특검을 도입하고 재수사해 부실·축소·왜곡 수사로 성폭력 범죄를 은폐·조작한 검찰 관계자가 제대로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역시 "윤석열 후보자는 과거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처럼 어떤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도 '사람에게 충성해'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은 가해자의 공범을 더는 자처하지 말고 피해자의 증언을 다시 듣고 피해자의 인권에 충성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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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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