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2만 여명이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비정규직 직원'이라는 익명의 편지가 <프레시안>에 도착했다. 익명은 편의상 가명으로 처리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유나 씨는 학교 내 만연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을 비판하며, 이번 파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편집자.
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직원입니다.
오늘부터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섰지만, 저는 동참하지 못 했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저로서는 학교 교장과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급사' 또는 '사환'이라는 이름으로 야간대학이나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이 학교의 잡일을 도맡았습니다. 이 같은 인식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처럼 학교 비정규직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학교는 "급사 주제에 큰 대우를 바란다"며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은 '직장'과 '직업'의 개념도 가질 수 없는 천박한 대우를 받으며 고용과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습니다.
민주진보 정권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교 비정규직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과거 학교 교장이 알음알음 채용하던 '급사' 수준을 벗어나 '교육청 공개채용'을 통한 '교육감 직고용제'로 바뀌었습니다.
1년에 두 차례씩 교육청 공채를 통해 30대 1,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됩니다. 근로 조건도 1년 단기계약 역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요.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합니다.
참, 학교 정규직 혹은 교사와 달리 학교 비정규직이자 급사인 저희들은 방학 기간 월급이 없습니다. 알고 계시나요?
학교 비정규직은 1년 중 석 달 이상을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이나 식당 일, 햄버거 배달, 공사장 막노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급사'든, '밥 해주는 아줌마'든 학교 비정규직도 엄연한 직업이고, 학교가 제대로 된 직장이라면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학교 비정규직도 직업인으로, 고용 보장과 함께 최소한의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현재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의 한 달 실수령액은 150만 원 정도입니다.)
학교 비정규직들은 '공무원'을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시험을 보라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시험을 치르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나라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사람으로 대접받고, 신분과 고용을 보장받는 나라입니까? 시험에 탈락한 사람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차별 받는 '2류 시민', '3류 국민'으로 살아야합니까?
시험을 보라면 얼마든지 보겠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신분이 아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해 주십시오. 시험을 통해 비정규직을 뽑지 말고, 정규직을 뽑아 주십시오.
'2류 시민', '3류 국민'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투쟁이 왜 욕을 먹고, 비난을 들으며, 비웃음을 사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학교 비정규직의 정당한 요구를 가장 거세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등'을 가르치고, '차별'은 안 된다고 가르치는 교사와 공무원 노조라는 것입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너희들이 뭔데, 학교에서 우리와 같아지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학교 내 기득권과 특권 의식, 차별 의식이 너무나도 팽배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비정규직인지 구분하며 차별과 냉대를 배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의 이해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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