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이른바 재판소원제 도입 논쟁과 관련,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단점을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4심제로 작동되는 부정적인 면도 장점과 함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제도로, 그간 대법원에서는 '4심제여서 위헌'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헌재에서는 국민의 사법 기본권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긍정적 의견을 밝혀왔다. 김 후보자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헌재의 수장으로 지명됐지만, 직전 이력을 보면 지난 연말까지 대법관으로 6년간 근무했던 이여서 그의 답변에 이목이 집중된 것.
김 후보자의 답변을 뜯어보면, 우선 긍정·부정 간에 일면적 결론을 내리지 않은 가운데 '4심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지난 18일 인사청문회를 한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재판소원제 도입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히며 "4심제라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예컨대 3심을 거쳤다고 해도 헌법소송은 (원 소송에 대한) 심급적 연결 관계가 없다"고 했었다.
김 후보자는 다만 "장점"과 관련,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언급하며 "재판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 게 재판청구권을 비롯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국민과 국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이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또 기존에는 재판소원제 도입은 개헌 사항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이날은 "국민과 국회가 결정할 문제", "개헌론이 후보자의 입장이었으나 이론적으로 어느 한 견해가 압도적으로 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다만 이날 청문회 석상에서는 "37년 역사가 있는 쟁점"이라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드디어 논의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하고 찬반 간 구체적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재판소원제에 대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천대엽 법원행정처장. 2025.5.14 법사위 전체회의 발언)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래 일관되게 환영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또 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서는 "1심 법원의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하고, 심급 구조를 피라미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며 "대법관 수도 그런 논의를 거쳐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에둘러 부정적 의견을 시사했다.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때 '대법관 4명 증원'을 (상고제도개선위원회에서) 제시한 것처럼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구체적 평가를 하기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사례에 대해서는 앞서 서면답변을 통해 "기존 실무례와 결을 달리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지난 2007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고교 교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성인지 감수성에 입각한 양형기준 상승 관점에서는 대단히 미흡한 판결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당시 양형기준에 충실했지만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과거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취지 의견을 낸 점과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이력을 문제삼았다. 실거래가 55억짜리 아파트를 갭투자로 마련했다며 "갭투자의 달인"(조배숙 의원)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변명하자면 구차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인줄 알고서 (주택 매매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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