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해병대 수사 외압, 사실로 굳어지나…이종섭 "대통령, 통화에서 수사 결과 우려 표명"

격노설도, 통화 발신자도 '모른다'던 尹 정부 당국자들, 특검 수사 계속되자 입장 바꾸기 시작

특검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가운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외압에 직접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의 수사 결과를 경찰청에 이첩하기 직전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이종섭 전 장관은 18일 특검에 발송한 의견서에서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0분경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 결과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전 장관 측은 해당 의견서에서 "안보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 및 조치 의견을 보고 받고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대통령께서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군 조직을 걱정하는 우려를 표명한 기억은 남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떳떳하지 못한 통화였다면 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텐데, 당시 통화가 통상적인 대통령과의 소통이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격노'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또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이첩을 중단하라고 하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이 이 전화의 발신자를 윤 전 대통령이라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3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이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지역의 유선전화 번호인 '02-80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MBC가 보도한 바 있다.

이 번호가 대통령실 번호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통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측은 그간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던 이 전 장관 측이 2년 만에 해당 통화가 윤 전 대통령과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전 장관의 통화는 윤 전 대통령의 이른바 '격노설'과 함께 수사 결과를 바꾸는 외압의 핵심 기점으로 평가돼 왔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는데,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하면서 이후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는 윤 전 대통령이 격노를 한 뒤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회의가 11시 대통령실에서 열렸고 11시 54분에 통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통화 이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전날 본인의 결재를 뒤집고 경찰에 사건 이첩 보류를 중지시켰으며, 이에 따라 해병대는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이는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이 2023년 8월 군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와도 일치한다. 이에 따르면 이날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결과 발표 취소) 되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은 이 격노설을 계속 부인해왔는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특검이 시작되고 수사에 들어가면서 당시 비서관이었던 일부 인사들이 윤 대통령의 격노설이 사실이라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이충면 당시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은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당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임기훈 국방비서관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11일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안보 실세로 통하던 김태효 당시 1차장 역시 특검에 출석해 이와 유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왕윤종 당시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윤 대통령이 임기훈 비서관에서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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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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