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석방 그 황홀한 꿈" 꾸는 '성조기 부대'

[현장] 철거 다시 재설치, 결국 이동한 우리공화당 천막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 개만도 못한 인간은 당장 물러나라”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이 재설치 천막을 들여온 광화문역 9번 출구. 셔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위쪽 난간에는 '문재인은 물러나라'는 내용을 담은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양옆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져 있었다.

27일 오후 2시, 광화문역 9번 출구 위 광화문 광장에는 파란, 그리고 하얀 천막 10동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천막에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다. 주로 고령의 여성들이었다. 이들의 옷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달려 있었다.


"이순신장군팀과 세종대왕팀 각각 50명씩 결사대 역할 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우리는 전투 요원이 되어야 합니다. 최전방의 일꾼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우리공화당이 설치한 스피커에서 방송이 시작됐다. 서울시에서 천막을 철거하러 오면 이순신장군 동상과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 앞에서 스크럼을 짤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공화당이 광장 중앙에 설치한 결사대 신청인 모집대에 몇 사람이 줄을 섰다. 신청인을 모으러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노란 옷에 태극기를 단 50대의 여성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애국자예요? 아니에요? 맞으면 도와주세요. 애국하러 왔지요?"

▲ 광화문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에 앉아 있는 사람들. ⓒ프레시안(최용락)

우리공화당 천막 시위 참가자들은 왜 광화문 광장에 모일까

서울시는 25일 오전 5시 20분께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을 강제철거했다. 광화문 광장에 천막이 설치된 지 46일 만이었다. 그 과정에서 양측 합산 42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 중 한 명은 쇠파이프에 맞기도 했다. 두 시간만에 설치된 천막 3동이 철거됐으나,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께 또다시 천막을 재설치했다. 이번에는 7동을 늘려 총 10동을 설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27일 오후 6시까지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곧바로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보냈다. 경찰에 광화문 광장 관련, 시설보호도 요청했다. 강제철거에서 사용된 2억 원 관련해서, "조원진 의원(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월급을 가압류해서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천막 철거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형사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공화당은 광화문 광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이날 천막을 지킨 참가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설치한 지도 벌써 50일째였다. 이들은 왜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걸까.

너는 우리 편인가 아닌가


기자가 도착한 날에도 광화문 광장 횡단보도 앞에서는 심심치 않게 천막 시위 참가자와 시민 간 충돌이 일어났다.

광화문 광장 앞 횡단보도에 서 있던 50대의 남성이 "불법 천막인데 철거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중얼거리자 70대 남성은 곧바로 "뭐가 불법이야. 세월호는 되고 우리는 안 돼?"라고 대거리했다. 언성이 높아지자 금세 천막 시위 참가자들이 몰려들었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천막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내 불법 천막 이야기를 꺼낸 50대 남성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대한애국당 조끼를 입은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확성기를 들고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었다.

“지금 물러서면 인공기가 올라갑니다. 태극기가 소중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태극기를 들어십시오. 태극기가 있어야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땀을 흘리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시민들은 눈길을 주지 않고 횡단보도를 지났다.

천막이 쳐진 광화문 광장 안에서는 끊임없는 '검증'이 이어졌다. 천막 참가자들은 자신들과 옷차림이 다르다거나 나이가 젊다 싶으면 우선 경계했다.

기자에게도 검증이 이어졌다.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기자의 카메라 가방을 잡아끌면서 "너 어디서 왔어? 사진 찍으면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내 다른 남성이 다가와 "화낼 건 없고"라며 70대 남성을 말리기도 했다.

60대로 보이는 여성은 기자에게 "응원하러 왔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기자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자, 그 옆에 있던 40대가량 남성이 "아니지? 태극기 하나도 안 달고 있잖아"라고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광화문 광장의 '외부인'을 경계하는 것과는 달리 천막 안 참가자들은 우리 편으로 확인된 사람들끼리 서로 환대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남성 A : "북한식으로 통일하면 우린 자유가 없는 거야. 통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떤 통일하는지가 중요해. 어떤 평화인가가 중요해"

남성 B : "분명한 건 옛날에 공산주의 없어졌어. 유일하게 남은 데가 북한이란 말이야. 베트남, 중국 두 나라가 뒤를 확실히 받쳐주고."

▲ 광화문 광장 앞 횡단보도에서 확성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는 남성. ⓒ프레시안(최용락)

ⓒ프레시안(최용락)

▲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공화당 천막 시위 참가자들이 스크럼을 짤 결사대에 지원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연단에서 울려 퍼지는 구국의 서사

오후 6시와 오후 8시에는 각각 기자회견과 팟캐스트라는 이름으로 중앙에 위치한 연단에서 연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자는 조원진,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 변호를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 등이었다.

연사는 계속 바뀌었지만 이야기는 대동소이했다. 과거 살기 좋았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한 찬양과 애국시민들이 해야 할 일 등이 주를 이뤘다.

"그 좋았던 대한민국을 박원순과 문재인이 망쳐놓고 있습니다. 태극기 열사 5인의 진상을 규명하고 박원순과 문재인을 퇴진시키고 박근혜를 석방시켜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특히 홍문종 공동대표 발언에는 이런 이야기가 따라붙었다.

"이승만의 건국정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부국강병 정신, 태극기 항쟁정신을 이어받은 우리공화당이야말로 보수우파의 적자입니다. 태극기 열사 진상규명,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각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국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황증거라는 말도 즐겨 사용했다.

"박근혜 탄핵을 헌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서 합법하다고 합니다. 헌재 재판관은 9명입니다. 이들이 담합해서 청와대를 겁박하고 물러나라고 이야기했다는 정황증거가 있습니다"
"40여일밖에 안 된 준법투쟁하고 있는 애국국민을 정치용역깡패 동원해서 때려잡았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관계있나 조사 중입니다. (정치용역깡패를 동원했다는) 정황증거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연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박근혜 석방 그 황홀한 꿈!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친북 좌파 시장 박원순은 물러나야 합니다!" 이 같은 말이 나올 때마다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천막 앞에서 홍문종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광장에 갇힌 우리공화당 천막 시위

광화문 광장을 점령한 것은 향수에 대한 갈망과 이를 전시하는 화려한 쇼, 그리고 이를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공화당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참가자를 결속했다. 이에 더해 '태극기 열사진상규명'과 '박근혜 석방', '박원순, 문재인 퇴진'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이를 주장하는 자신들이 보수우파의 적자임을 주장했다.


그나마 28일 오전, 우리공화당은 트럼프 방한 기간에 천막을 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일시 이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8일 오후, 천막은 청계광장으로 옮겨 설치됐다. 서울시의 전방위 압박에 한 발 빼는 모양새다. 하지만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광화문 광장은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공화당과 천막 시위 참가자들은 아직 완전히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들의 주장이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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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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