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청장의 폭로 "구의원들, 본회의장서 담배, 노래주점 술값 내라..."

"민생 예산 볼모로 부당 인사 개입"

"독재와 싸우는 것보다 지역의 낡은 정치와 싸우는 것이 힘든 1년이었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12일 '어느 구청장의 하소연'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중구의회를 작심 비판했다.

서 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구의회의) 구 직원인사에 대한 개입과 압력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며 "인사에 대한 압력이 통하지 않자 구민들의 시급한 안전, 민생과 관련된 예산을 볼모로 삼아 부당한 인사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민의 생활, 삶과 직결된 예산문제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구청장으로서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부당한 실체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입장문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구의회가 구청 간부를 의회에 출석시켜 현안을 파악하는 정도의 의견 개진을 넘어 "다양한 압력과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의회가 인사 발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안 보고의 기회를 차단하고자 '불출석 결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 구청장은 구의회가 인사 개입 및 청탁도 서슴치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구의회가 구청 직원에 대한 인사 개입도 모자라 직능단체 간부 인사에까지 손을 뻗쳤다"면서 "자신이 원치 않는 사람이 임명됐다는 이유로 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구의회 사무과장의 출근을 몇 주 동안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지난 1월 초 구의회 사무과장으로 발령받은 사무관이 사무실에서 책상과 의자에 가로막혀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일이 발생했다. 사무관은 결국 다른 곳으로 옮겨 업무를 이어갔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전보를 요청했다. 이에 구는 사무관을 20여일 만에 다른 부서로 전보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건축물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으면서 살고 있다', '환경미화원 채용에서 부당 청탁 압력이 있었다' 등 제보를 공개하면서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구의회가 회의 및 행사 준비를 하는 구청 직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고, 노래주점에서 음주를 한 뒤 구청 직원에게 술값을 대납시키는 등 갑질 사례도 알렸다.

서 구청장은 구의회의 예산 볼모 주장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올 3월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지하침수로 누전사고가 일어난 명동 주민센터 시설개선 등 사업에 대해 49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구의회에 제출했으나 심의는 커녕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이달 의회에 제출한 주민 일자리창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전통시장과 도심산업 활성화 등 사업을 포함하는 추경예산도 안건에 상정되지 않아 심의조차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구의원들이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구 직원을 불러 술값을 대납했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 중"이라며 "예산결산위원회 회의가 있는 날이면 금연건물인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흡연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 구청장은 "구청 예산은 구청장의 것도, 그 누구의 쌈짓돈도 아닌 주민 혈세"라면서 "지난 반 년 간 추경예산 심의가 없어 구청은 단돈 10원의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으나 중구의회는 구의원 월급 1억 원을 포함해 10억 원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중구의회는 올 6개월 동안 두 번에 걸쳐 3일간 개회했지만, 추경예산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특히 각종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 처리는 무기한 표류 상태다.

서울시 24개 구의회는 평균 28.6일간 개회해 추경예산 92억1400만 원을 심의하고 조례는 21.5건을 의결했다.

구는 이날을 기해 청탁금지법 등 여러 법률 위반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 직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청탁 및 부정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각종 위법 사항을 접수받는다. 결과에 따라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및 고소·고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 구청장은 "어르신, 학부모, 자영업자 등 동 숙원사업 예산이 절실한 주민들과 뜻을 모아 민생예산 확보에 나서겠다"면서 "마지막으로 중구 살리기에 함께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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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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