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이례적 입장문 "한국, ILO협약 비준하라"

"빵의 유혹" 경계 위해 "좋은 규정과 제도 필요"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9일 위원장 배기현 주교 명의의 담화문에서 "2019년은 노동 문제에 대한 국제 규범을 만들고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에 앞장서 온 국제노동기구의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더 큰 축하의 마음을 모든 노동자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는 이날(노동절)을 노동자 성요셉 기념일로 기억한다. 평생 노동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하느님 구원 사업에 결정적 공로를 남기신 요셉 성인의 전구로 우리의 노동이 각자의 성화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도, 그 법을 시행하는 정부에서도, 또 법이 온전히 지켜졌는지를 다투는 법원에서도 최근 들어 노동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이른바 임금, 산업 안전, 고용의 문제 등은 우리가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잘 알고 있고, 또 현실적으로 지키려 하는지를 나타내는 법적, 제도적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논의의 바탕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노동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빵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게 된다"며 성경 구절인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신명기 8,3)를 인용했다.

위원회는 특히 자본가와 정치인, 관료들에게는 "빵의 유혹이 더 큰 힘으로 등장한다"며 빵의 유혹에 놓이게 되면,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노동 문제에 무관심해하는 경우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에게도 이 빵의 유혹은 무시할 수 없다"면서 "나보다 약한 다른 노동자들의 처지와 상황에 눈감고, 오직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려 할 때, 노동자들의 주장 또한 결국 빵의 유혹에 걸려 넘어간 모습으로 비추어진다"고 조언했다.

위원회는 이 같은 유혹을 경계하기 위해 "좋은 규정과 제도가 필요하"지만,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핵심 협약 8가지 가운데 일부는 아직 비준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지만, 핵심 협약 8개 중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내용으로 하는 87호·98호와 강제노동에 관한 29호·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국제노
기구 출범 100주년이 되는 올해 6월까지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9개월에 걸친 노사정 대화가 결렬되면서 사실상 좌초됐다.


위원회는 끝으로,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정부 안에서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자리에서 노동을 주제로 한 대화가 더 많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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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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