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어깃장에 야3당 폭발…"말도 안 돼" 격노

'패스트트랙' 오히려 탄력…야3당 조찬회동 후 "민주당과 신속·집중 논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헌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폐지' 등 자체 안을 발표하며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혁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고 나온 것이 오히려 야3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11일 아침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오는 12일까지 야3당 및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동에는 야3당 대표·원내대표와 정개특위 위원들이 참여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에 포함할 법안을 집중 논의했다"며 "앞으로, 오늘부터 이틀 정도에 걸쳐 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포함될 법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 신속히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을 거쳐 확정될 여야 4당의 선거법 단일안 내용에 대해 "(민주당이 제안한) 지역구 225 대 비례대표 75를 가급적 '온전한 연동형'으로 해보자는 것이 야3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패스트트랙은 국회의 정상적 의사처리 과정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게 맞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선거법+9개' 보다는 패키지(꾸러미) 규모가 좀더 작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부연했다.

전날 한국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고, 의원 수를 조정해서 정수를 270석으로 하자"(나경원 원내대표)라고 역제안하며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 논의 판을 깨고 나온 데 대해서는 야3당 모두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 야3당 가운데 가장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바른미래당마저 이번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김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것은 위헌"이라며 "그 동안의 신의를 가지고 해야 할 선거법 협상에 전혀 걸맞지 않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안(案)"이라고 한국당 제안을 비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평화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인 천정배 의원도 "가짜 뉴스에 입각해 있는 난센스"라고 한국당 주장을 비난하며 "오히려 비례대표를 없앰으로써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극단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 아니냐.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천 의원은 "무슨 주요 선진국들이 비례대표를 뽑지 않는다는 것도 완전한 가짜뉴스"라며 "비례대표 없는 나라는 OECD 중에 미국·영국·프랑스 정도밖에 없다. 사실도 틀리고, 더구나 그 방향이 국제적 방향이나 우리가 바라는 보다 민주적·개혁적 방향에 정반대로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속이 상한다.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전향적 자세를 갖기를 기다려 왔는데 결국은 뺨 맞은 느낌"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심 위원장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국민들을 기망하는 것"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심 위원장은 "5개월 동안 논의를 했는데 한국당은 그 동안에 한 번도 안을 낸 적이 없고 어떤 계획도 없었다"며 "그러다가 이제 지금 패스트트랙이라고 하는 마지막 합법적 수단을 강구하려고 하니까 어깃장 놓는 안을 낸 것이다. 그건 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그간 자제해 온 비판을 쏟아냈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 안에 대해 "선거제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 안", "패스트트랙 빨리 하라고 등 떠미는 안"이라고 꼬집었다. "비례대표제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하는데 이건 헌법 위반"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율사(법률가) 출신인데 이제 헌법도 잊어버리셨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밀린 숙제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한국당이 의원 정수 축소 등 정치혐오 여론을 등에 업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데 대해 "국회 불신을 방패막이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여론에 편승해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얄팍한 정치는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집에서 자식들이 속 썩일 때 부모님들이 '나가라' 얘기하지만 진짜 나가기를 바라겠느냐. 정치를 제대로 바꾸라는 국민들의 열망인데, 제대로 기득권·특권 내려놓고 민심이 살아 숨쉬는 국회를 만들라고 하는 건데 국민 여론에 편승해서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는 얄팍한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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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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