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5성 장군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4월 16일 미국 신문편집자협회 회원들 앞에서 역설한 말이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의 미국의 현실을 아이젠하워가 보면 아마도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군사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반면에,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통령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병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앞선 글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의 국방비는 또다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반면 경제와 민생 위기의 원인과 그 수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먹고 사는 문제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우리의 상공을 뒤덮으면서 숨 쉬고 사는 것조차 버거워지고 있다.
국방중기계획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이들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이렇다. 민생과 복지, 그리고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그 심각성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예산 부족이라는 벽 앞에서 번번이 막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방비 증액을 조절해 이들 문제 해결에 사용하자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앞서 소개한 아이젠하워의 연설을 계기로 본격화된 '총과 버터(gun and butter)'의 논쟁, 1990년을 전후한 세계적인 냉전 종식기에 제기된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 논의는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력한 자원이 소모적인 군비경쟁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제기는 공론화보다는 비난을 수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국방비를 조절하면 분명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기에 안타깝고도 절박한 심정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적정 국방비에 대한 생각도 다양할 수 있고, 또한 국방비를 조절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을 단박에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국방비를 조정하면 민생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은 가능하다.
국방부가 내놓은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는 5년간 국방비 총액으로 270.7조 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반면 5년간 국방비를 2018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 즉 44조 원 정도로 동결하면 5년간 50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사병의 급여 및 복지 증진에 필요한 예산을 줄이지 않고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불필요한 무기 체계 도입을 줄이고 비대한 장교 인원 및 부대를 점진적으로 줄인다면 말이다.
5년간 5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획을 마련하면 우리는 피폐해진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최저임금을 공약대로 인상하면서 보완책 강화에 투입할 수도 있고, 소득 취약 계층에 상품권을 지급해 생계 증진과 내수 진작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절감 대책에도 투입할 수 있다. 국방비 동결이 어렵다면 연평균 예상 경제성장률 3%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조절하더라도 5년간 약 30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공론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6% 수준이고 국방중기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3년에는 약 2.9%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GDP 대비로 일본의 3배, 중국의 1.6배 수준이 될 것이다.
반면 한국의 국방비를 향후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조절해 10년 후에는 GDP 대비 2.0%에 맞춰나간다면 어느 정도의 평화 배당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경제성장율 및 향후 국방비 증액 계획에 따라 달리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200조 원 이상의 평화 배당금은 충분히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10년 후에도 계속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함축하는 바는 크다. 10년간 200조 원의 예산을 내수 진작 및 미세먼지의 획기적인 절감에 사용하면 우리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는 GDP가 높아지면 비율로는 줄어들더라도 적절한 국방비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민생과 안보의 동반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아이젠하워는 아래와 같은 말도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곱씹어보게 하는 발언이다.
"군사화된 세계는 돈만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땀과 과학자들의 재능,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희망마저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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