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남산 3억 원' 행방을 찾습니다

법무부 과거사위 "남산 3억원 사건 부실수사...진실 밝혀야" 공식 권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김갑배 위원장, 이하 과거사위)는 14일 검찰 과거사 조사대상 사건인 이른바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상득 전 의원의 뇌물죄 등 혐의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공식 권고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한데 따르면 '남산 3억 원 사건'은 검찰의 부실수사로 판명됐다. 이명박 정부의 뇌물 스캔들인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월 16일 검찰에 의해 '혐의 없음' 처분으로 결론이 난다. 검찰이 남산 3억원 사건의 실체 규명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위증'이 있었음이 과거사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선 축하금 3억 원'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2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에게 지시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현금 3억원을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진다. 신한은행 측이 신한은행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 자문료 15억 66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0년 9월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데서 시작한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신한은행 비서실 직원들이 문제의 경영자문료 용처에 대해 "이백순을 통한 라응찬의 지시로 재일교포 주주 등의 돈을 빌려 현금 3억원을 마련해 2008년 2월 20일 경 이백순과 함께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세간을 뒤흔들었던 '신한은행 집안싸움'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돈 전달 과정에 대한 구체적 증언도 나왔다. 5만 원권이 없던 탓에, 1만원 권을 가득 채운 007가방 3개를 부직포로 싸서 트렁크에 실었다는 것이다. 또한 라응찬 전 회장이 당시 정권 실세인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는 것은 세간에 잘 알려졌던 사실이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희건 명예회장 경영자문료 중 상당액이 남산 3억원 및 라응찬 전 회장의 비자금 수사 관련 변호사 비용 보전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남산 3억 원'의 최종 도착지를 규명하지 않았고, 라응찬 전 회장도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낸다.

과거사위는 "수사팀은 남산 3억원 수수자를 규명하지 못한 채 라응찬을 혐의없음 처분함으로써, 수사 및 처분에 있어 검찰권을 남용하여 소위 '편파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가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라응찬을 정치자금법위, 업무상횡령 등으로, 이상득을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1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라응찬, 이상득에 대해 모두 '면죄부'를 줬다. 남산 3억 원은 온데 간데 없이 증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비자금 3억원이 남산에서 성명불상자에게 건네졌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고, 비자금 전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 대한 현장답사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사팀에 수사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당시 수사팀은 남산 3억원 사건에 대한 최초 진술을 확보하고도 45일이 지난 후에야 신한금융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게다가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백순 전 행장이 남산에서 3억원 수수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있음에도 핵심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치인에 대하여 진술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기재된 이백순의 자필 메모를 확보했음에도 강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해당 메모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변호사 조언을 메모한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 부실 수사였던 셈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었던 위성호(현 신한은행장)가 '남산 3억원' 관련 진술자에게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고, 게이트화 될 경우 다칠 수 있다"고 며 진술 번복을 회유한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진술 번복 회유로 의심된다.

과거사위는 "범행 일시가 10년 전인 2008년 2월 중순으로 증거 확보 등에 다소의 어려움은 예상되나,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뇌물죄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촉구"를 공식 권고하며 "뒤늦게나마 국민적 의혹인 남산 3억원 사건의 실체 규명 및 관련자 처벌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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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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