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바지사장' 앞세워 비자금 조성"

공익신고자 A씨 "계열사 파일쿠키 매각 대금 횡령... 9월 4일 지나서야 확인"

지난 9일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바지 사장을 앞세워 자기 소유의 계열사를 만들고, 이를 매각해 마련한 돈 수십억 원을 차명계좌에 보관, 개인 돈으로 착복한 정황이 확인됐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양 회장에게 횡령, 탈세 등의 혐의가 더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정황은 12일 <프레시안>이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와 함께 공익신고자인 한국인터넷기술원전 직원 A씨를 통해 확인됐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10일 양 회장에게 회삿돈 3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취재 내용대로라면 경찰이 밝힌 액수보다 횡령액이 더 크다. 경찰 수사에 따라 앞으로 더 큰 규모의 비자금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 뜬금없이 3자 회사 거래에 개입?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한 거래 과정을 따라가야 한다.

2016년 11월 22일, 인터넷방송사를 운영하는 판도라티비는 한국인터넷기술원에 자사 주식 57만5000주를 같은 달 23일 3자 배정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인수액은 23억 원이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양 회장 소유 회사들의 지주사다.

이에 따라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코넥스 상장사 판도라티비 지분 5.01%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이 해(2016년) 말 판도라티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판도라티비는 비상장사인 몬스터(자본금 3억 원)를 신규 계열사로 편입했다. 거래일은 2016년 12월 1일이다. 몬스터는 웹하드 '파일쿠키'를 운영하는 회사다. 즉, 판도라티비가 웹하드 사업에 신규 진입했다.

개별 거래로 보이는 두 건에 모두 관여한 존재가 양 회장이다.

몬스터는 지난 2013년, 1980년생인 임모 씨가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 설립 당시 임 씨는 양 회장 소유 회사의 직원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임 씨는 웹하드 회사의 평범한 직원에서 젊은 나이에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판도라티비와 임 씨 간 몬스터 주식매매계약서를 보면, 판도라티비는 몬스터 주식 60만 주(100%)를 42억 원에 인수했다. 계약서상으로만 보면, 몬스터를 판도라티비에 매각한 임모 씨는 놀라운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불과 5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 가치를 3년 만에 42억 원으로 키웠다.

이 대목에서 양진호 회장의 실체가 등장한다.

판도라티비는 몬스터 인수일, 이 회사와 관련한 '주주간 약정서'를 한국인터넷기술원과 체결한다. 약정서의 주요 내용은 △기존 이 회사 설립자인 임모 씨와 이 회사 직원 류모 씨가 몬스터에서 계속 근무토록 하고 △향후 저작권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판도라티비가 한국인터넷기술원과 공동 대응한다는 등이다.

이 같은 세부 내역은 기업 거래 시 양자 간 이해에 따라 얼마든 다룰 수 있다. 문제는, 임 씨와 판도라티비 간 거래에서 뜬금없이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약정 당사자로 등장한다는 점에 있다.

▲ 임모 씨와 판도라티비 간 몬스터 매매계약서. 현금 거래액이 42억 원이다. 양진호는 이 돈을 개인 용도로 착복했다.

양진호, 바지사장 앞세워 웹하드 키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는 양진호 회장이 실제 소유한 회사였다. 한국인터넷기술원 직원들은 몬스터의 웹하드 파일쿠키를 사내 은어로 '과자'라고 불렀다.

몬스터 설립자로 알려진 임모 씨는 양 회장의 측근 인물 중 하나로, 몬스터의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임 씨는 지난 2일 <프레시안>이 보도한 2013년 12월 대학교수 집단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5인 중 한 명이다. (☞바로가기: [단독]양진호, 유리방서 집단폭행 후 ‘맷값’ 5만원권 수십장)

즉, 양 회장은 바지사장을 앞세워 차린 신규 웹하드 사업이 성장하자, 이를 판도라티비에 판매했다.

이 같은 정황은 임 씨와 한국인터넷기술원 간 여러 계약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7월 31일, 임 씨는 한국인터넷기술원에 5억 원을 빌리는 계약을 체결한다. 임 씨가 몬스터 주식 100만 주(100%)를 담보로 몬스터 출자금 5억 원을 한국인터넷기술원으로부터 빌리는 거래다.

몬스터가 실질적으로는 임 씨 소유가 아니라 한국인터넷기술원 소유, 곧 양 회장 소유였음은 다음 거래를 통해 확인된다.

이듬해인 2014년 2월 20일, 임 씨와 한국인터넷기술원은 몬스터 주식 100만 주의 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한다. 즉, 몬스터 주식 전량은 임 씨가 한국인터넷기술원에 빌린 5억 원에 관한 담보물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2014년 6월 5일, 임 씨는 한국인터넷기술원에 5억 원을 추가로 빌리고, 자기 집을 담보로 설정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임 씨가 몬스터 주인이었지만 명의만 사장이었을뿐, 실질 소유주는 양 회장이었던 셈이다.

이는 양 회장이 계열사를 만드는 전형적 방법이었다. 공익신고자 A씨는 "양 회장은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다"며 "신규 계열사를 만들 때 바지사장을 앞세우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이 계열사 선한아이디(파일노리)를 설립하던 과정과도 같다. 양 회장은 파일노리 역시 바지사장을 앞세워 설립했다. (☞관련기사: [공동취재]"위디스크, 대포폰 동원 성범죄동영상 헤비업로더 직접 관리")

양 회장이 이처럼 바지사장을 앞세운 위장 계열사를 설립한 이유가 있다.

공익신고자 A씨는 "웹하드 사업 특성상, 신규 웹하드는 곧바로 저작권자들의 '소송 폭탄'을 맞는다"며 "이 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대표자는 실형 선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웹하드가 보유한 콘텐츠에는 저작권 위반 자료가 넘쳐난다. 방송사, 영화사 등의 저작권 소송 위험에 곧바로 노출되는 구조다. 이 때 웹하드가 양 회장 소유로 알려진다면 양 회장이 바로 실형을 살 수 있다.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양 회장 대신 형을 살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이유다.

▲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임모 씨와 체결한 몬스터 주식 질권설정계약서. 바지사장을 묶어두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차명 회사 매각 위해 명의신탁계약 체결

파일쿠키는 빠른 시간 안에 성장했다. 업계 최강자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이 강조한 △빠른 다운로드 속도 △깔끔한 인터페이스 유지 등도 성장에 도움이 됐다.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의 사례에서 봤듯, 웹하드는 수익률이 매우 큰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고정비가 덜 투입되고, 콘텐츠 개발비는 저작권료 분쟁 등을 제외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 같은 수익성과 성장세를 보고 판도라티비가 몬스터 인수를 통해 웹하드 사업을 타진했다.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 아이디어는 이 때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티비에 몬스터를 고액에 매각한 후, 이를 개인 자금으로 착복한다는 것이다. 판도라티비와 한국인터넷기술원 간 몬스터 매매 논의는 2016년 여름경 시작됐다.

이를 위해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몬스터는 명목상 임 씨 소유다. 임 씨가 몬스터를 비싼 값에 판 후, 한국인터넷기술원에 빌린 돈 5억 원을 갚으면 문제는 말끔히 해결된다. 양 회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방법이 있었다.

2016년 8월 30일, 임 씨는 한국인터넷기술원과 주식명의신탁 계약을 체결한다. 몬스터 주식 60만 주의 실질 주주가 한국인터넷기술원임을 확인한 계약이다. 즉, 이제 몬스터와 관련한 모든 권리는 임 씨가 아니라 한국인터넷기술원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공익신고자 A씨는 "매각 전 주식명의신탁 계약을 체결해 몬스터가 한국인터넷기술원 소유임을 확실히 정리한 것"이라며 "이 계약이 매각에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당초 몬스터 발행주식 전량은 100만 주다. 그런데 명의신탁계약에서 신탁 주식은 60만 주에 불과하다. 실제 판도라티비와 임 씨 간 몬스터 매매 계약에서도 몬스터 주식은 60만 주라고만 표시된다. 판도라티비의 공시 자료에서 몬스터 자본금이 3억 원으로 나온 배경이다. 나머지 40만주의 존재가 희미하다.

공익신고자 A씨에 따르면, 매매를 담당한 직원조차 이 40만 주의 흔적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임 씨에서 한국인터넷기술원으로의 몬스터 지분 60만 주 명의신탁 사실을 안 이도 극소수다.

추정해 보면 명의신탁에서 제외된 40만 주는 2016년 11월 23일 한국인터넷기술원과 판도라티비의 3자 배정 유상증자 거래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즉, 한국인터넷기술원이 현금 23억 원과 몬스터를 판도라티비 측에 건네고, 판도라티비는 자사 주식 57만5000주와 현금 42억 원을 한국인터넷기술원에 건네는 별건의 거래가 실은 하나의 거래였다는 뜻이다.

매각 전, 몬스터가 자본금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감자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인터넷기술원이 판도라티비에 주주로 참여한 거래는 몬스터 매매 거래와는 별개의 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인터넷기술원이 매각할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직원 임모 씨와 체결한 몬스터 주식 명의신탁계약서.

"양진호, 계열사 매각 대금 꿀꺽"

몬스터의 실질 주인이 누구냐로 인해 이 회사 매매 계약은 복잡한 양상을 띄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문제를 찾기는 어렵다. 진짜 문제는 그 뒤다.

현금 42억 원이 오간 임 씨와 판도라티비의 몬스터 거래 결과, 판도라티비 측이 건넨 돈은 임 씨 통장으로 들어왔다. 세금을 제하더라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계약서가 있는 만큼, 이 자금은 곧바로 임 씨 통장에서 한국인터넷기술원 법인 통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는 게 공익신고자 A씨 주장이다.

A씨는 "양 회장이 회계담당자에게 임 씨 통장을 그대로 줬고, 이 통장을 개인 용도로 썼다"며 "양 회장이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했고, 개인 차원으로도 탈세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즉, 계열사 거래를 통해 양 회장은 비자금 용도의 차명계좌를 확보했다.

몬스터 매각 대금을 양 회장이 개인 용도로 쓴 정황은 한국인터넷기술원에서도 극소수 사람만이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9월 4일 성범죄 동영상과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에야 담당자들이 압수물 목록을 보고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며 "몬스터 매매와 관련한 계약서를 확인한 직원들이 양 회장의 횡령 문제를 파악하고 '큰일났다'고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양 회장이 바지사장을 앞세워 차린 회사는 또 있다. 2013년 양 회장은 회사 직원 이모 씨 명의로 신규 웹하드 '콘톡'을 설립했다. 콘톡은 회사 내 은어로 '옥수수'라고 불리었다. 양 회장은 이 회사도 규모를 키워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출범 초기 저작권 분쟁 과정에서 큰 손해를 봤다. 매각할 기회를 잃었다.

자칭 "2000억 원대 자산가"라고 한 양 회장의 호언장담에 웹하드의 높은 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양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은 이보다 클 가능성도 엿보인다. 경찰이 양 회장의 횡령 관련 문제에서도 수사를 시작한 만큼,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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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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