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잠자는 '양진호법'이 피해자 양산한다

직장갑질119, "적폐1번지 국회가 직장인에 대못 박고 있다"

"영업부스내에서 직장상사가 저의 목 앞쪽에 수초 간 힘을 행사하여 짓누르는 신체적 폭력을 가했습니다. 제 목을 졸랐습니다. 전에 같은 반이었다가 지금은 다른 반이 되었지만 평소에도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신입직원분들도 있지만 그중에서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은 상황인데 유독 저에게만 그 직장상사가 인사 똑바로 하라면서 일어나서 차렷 자세로 정중히 인사하라고 하며 자꾸 괴롭히고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저만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직장갑질 제보자 A씨

"다른 것은 참을 수 있었으나 성희롱 사건은 참지 못해 인사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가해자들이) 저를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신고하려고 한다. 증거가 없다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혼자 근무하면서 타 부서와 언쟁 시, 제 앞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으며, 다른 이는 사무용 커터칼로 찌르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아무에게도 도움 받지 못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했지만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 참아냈습니다." 직장갑질 제보자 B씨

4일, 직장갑질119가 지난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제보된 일명 '양진호 갑질'을 공개했다. 신원이 확인되는 이메일 제보 225건 중에서 폭행, 준폭행, 악질폭언, 황당한 잡무지시 등에 해당하는 갑질은 총 23건이었다. 주유소 사장이 직원에게 텃밭에서 막노동을 시키는 일부터, 쉬는 날 나오라고 해서는 3분 늦었다고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존중해야 할 회사 직원을 하인으로 여겨 폭행, 폭언, 엽기 갑질을 일삼는 '우리 회사 양진호'는 곳곳에 있다"며 "하지만 직원에게 살아있는 닭을 활로 쏘게 하고, 활을 잘 쏘지 못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벌칙으로 일본도로 생닭의 목을 내리치게 하는 엽기 갑질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은 현행법으로는 처벌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폭행만을 처벌하기에 폭언이나 갑질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직장갑질119는 "제보자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되어도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뿐더러 폭언과 모욕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면 ‘자발적 퇴사’가 되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며 "현행 근로기준법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사의 갑질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물컵 폭행'으로 사회 이슈가 된 대한항공 조현민 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힘을 써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올해 초 대형병원 내 괴롭힘으로 신입 간호사가 자살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자 관련법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지난 9월에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됐다.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업무의 적정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괴롭힘이 있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를 못했다.

직장갑질119는 관련 법을 두고 "대한민국 직장갑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국회가 마음을 모아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갑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반쪽짜리라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법안이 자유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의 훼방으로 국회 법사위에 잠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은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양진호 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개정법률안은 징계 대상 행위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규정된 개념이며,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의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늘도 직장인들은 상사의 갑질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데 적폐1번지 국회가 직장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며 "'국회는 지금 당장 ‘양진호 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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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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