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김정은 서울 방문, 주변 만류에도 독자적 결정"

"영변 핵폐기 발언 최초…북미 협상 기반 닦았다"

"2000년 6.15 정상선언은 총론적인 성격이 강하고, 2007년 10.4 정상선언은 각론적 성격이 강하고, 이번 9.19 공동선언은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 3개의 선언문이 보완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 중인 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9.19 '평양 공동선언'을 이같이 총평했다.

문 특보는 평양 공동선언에 북한의 핵 신고‧사찰 수용과 미국의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어떻게 보면 미흡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선뜻 나서서 정상 선언에 담기는 부적절했다고 볼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미래(핵)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고, 미국은 현재적 조치를 얘기하고 있어 인식적인 차이가 상당히 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이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기로 하면서 유관국 전문가들, 그러니까 미국의 참관 하에 검증을 받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북한이 (미국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화답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 특보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지를 공동선언에 담은 대목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에는 흑연감속로가 지금 생산 활동 중에 있다. 거기에서 나온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 시설을 통해 분리해서 플루토늄을 얻어낸다. 또한 원심분리기 포함해서 최소한 1개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 있다"면서 "현재 북한 핵의 기본이 되는 플루토늄 생산 시설과, 고농축 생산 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북한이 얘기한 것은 최초일 것"이라며 "이를 문 대통령이 받아낸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북한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을 해서 불가침 의지를 분명히 해 주고, 그걸 통해서 평화 협정을 이행해 나가는 것"이라며 "아마 이 대목에서 신고사찰과 종전선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문 특보는 특히 "분명히 공동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접 전달할 것이고, 그 결과로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양 공동 선언이 "다음 단계의 핵 협상을 위한 아주 탄탄한 기반을 닦았다는 데에 상당히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정상회담 동안에 두 정상이 거의 4시간 넘게 얘기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핵문제에 관한 것이었던 것으로 얘기를 듣고 있다. 심지어 오·만찬장에서도 핵 문제가 주요 토론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드문 일이고, 문 대통령이 이번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정상회담 과정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 답방을 확약한 점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와 얘기하는데, 서울 방문에 대해 주변에서 전부 반대를 했다고 한다. 완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었는데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우려가 그만큼 큰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김정은 위원장이 했고, 우리 대통령은 그걸 독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문 특보는 공동선언 1조(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를 눈여겨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문제는 재래식 분야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하고 이것이 확전될 경우"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운영적 군비통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상당히 역점을 두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공동선언 1조를 "최소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주도하는 우발적 충돌을 막고, 그렇게 함으로써 핵 충돌을 막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고 하는 기본 인식"이라고 풀이하며 "우발적인 재래식 군사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갖췄다고 하는 데에 이번 선언의 의미가 상당히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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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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