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공통점, 결국은 무너졌다는 것

[최재천의 책갈피]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외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최고의 패를 쥔 셈이었다. 실패하고 싶어도 실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기회를 날려 버렸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힌 영웅은 방향을 바꾸라는 내비게이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고등이 점멸하고 엔진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와도 자동차를 세우고 확인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토머스 프랭크 지음, 열린책들 펴냄)

오바마에게 부시의 실패는 축복이었다. 대중은 변화를 갈망했다. 변화와 갱신이라는 오바마의 메시지는 현재의 상황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 준 순간과 딱 들어맞았다.

2008년의 그 암울한 시기에 수십만 명이 운집해서 오바마의 연설을 들었다. 그가 승리한 날 밤 그랜트 파크에 모인 시민들은 승리감에 도취하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워싱턴 몰에 모여서 그의 취임식을 지켜보았다.

안타깝게도 "오바마는 지적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불필요한 위험들을 피하고 싶었다."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대체 민주국가들은 왜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계속 휘청거리는 걸까. 과연 민주주의는 '실패하기 때문에 성공하고, 성공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체제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상징하듯 시대는 '포퓰리즘 모멘트'다.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이 부상하게 됐다.

"시민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낀 지는 꽤 됐지만 이제 그들은 불안과 분노에 차 있을뿐더러, 정치를 아예 경멸한다. 정당 체제는 오랜 기간 얼어붙은 듯 현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authoritarian populist)들이 미국에서 유럽까지, 아시아에서 호주까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위험한 민주주의>(야스차 뭉크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좌파적 시각에서 미국 민주당에 대한 처방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주당이 애지중지하는 도덕적 정직성이라는 탈을 벗겨 버리는 것이다. 즉 진보주의자들로 하여금 정의는 항상 자신들 쪽에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보다 근본적인 경고는 "인류의 연대기 속에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체제가 많이 있었지만, 그 체제들의 공통점이란 딱 하나다. 결국은 무너졌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 로마 자치 정부, 심지어 베니스 공화국마저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위험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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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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