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나 푸코라면 군침을 삼켰을 거다

[최재천의 책갈피] <모두 거짓말을 한다>

"차세대 킨제이는 분명 데이터 과학자일 것이다. 차세대 푸코는 데이터 과학자일 것이다. 차세대 마르크스는 데이터 과학자일 것이다. 차세대 소크(소아마비 백신 개발자)는 데이터 과학자일 것이다."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미국인의 행동 양식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에서 65세 이하 기혼 남성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섹스를 한다고 응답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은 1%에 지나지 않는다. 기혼 여성은 남성보다는 조금 적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구글 검색은 기혼자들이 섹스에 훨씬 의욕적이지 못한 그림을 보여준다. 구글에서 드러나는 결혼생활의 가장 큰 불만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섹스 없는 결혼생활'이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3.5배 많이 검색됐고 '사랑 없는 결혼생활'보다는 여덟 배 많이 검색됐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조차 종종 섹스를 하지 않는 데 불만을 갖는다. '섹스 없는 관계'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폭력적인 관계'에 버금간다."

정보 검색 그 자체가 정보가 됐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사실, 인용, 농담, 장소, 사람, 물건, 도움을 검색하는지는 그들이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 막연한 추측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물론 빅데이터 회의론자도 있다. 나심 탈레브의 말이다. "빅데이터에 정보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문제는 바늘이 점점 커지는 건초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반론이다. "원한다면 누구나 거대한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빅데이터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빅데이터가 사람의 심리를 엿보는 아주 새로운 방법임을 보여준다. 빅데이터가 사람의 생각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임을 이야기한다.

빅데이터는 힘이다. 첫째는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프로이트나 푸코라면 군침을 삼켰을 거다.

둘째는 솔직한 데이터 제공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고, 정말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다.

셋째는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다.

넷째는 인과적 실험의 실행 가능성이다.

더 이상 철학자들이 꿈꾸던 가상의 기계, '뇌시경(cerebroscope)'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 <모두 거짓말을 한다>(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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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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