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장관은 30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의 북미관계 상황에 대해 "북한은 행동으로 옮긴 게 있는데 미국은 말도 안 해 준다"고 평했다. 그는 "원래 북미 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양해된 합의사항은 '언제든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비핵화를 해 나가자'는 식"이라며 "이번에 북한은 행동으로 하지 않았느냐. 미사일 시험 발사장 폐기는 그야말로 행동이 끝나면 불가역이다. 그런데 말은 뒤집을 수도 있는데, (미국은) 그런 말도 안 해 준다. 대표적인 게 종전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사일 발사대를 해체하면 그건 다시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억류자 송환도 한 번 가면 못 오는 거다. (미군) 유해도 가면 다시 못 돌아온다"며 "(북한은) 지금 이렇게 불가역적으로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비핵화에 대해 일정을 내놓지 않는다는 핑계로 종전선언 이후에 북미 불가침(선언)을 어떻게 할 것이며 평화협정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일정표도 지금 안 내놓고 있지 않느냐"고 거듭 미국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게 (과거) '비핵화 약속을 해 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공격했는데, 이번에는 비핵화를 먼저 하는 것(先비핵화)이 아니라 북미수교·평화협정·비핵화 세 가지를 같이 동시에 이행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것이 6.12 공동선언의 정신인데, 지금 미국이 북미수교·평화협정 관련 '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은 조금 잘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이 종전선언 당사국으로 남북한과 미국 3자를 선호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종전선언 채택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중국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데 중국을 빼겠다는 게 미국의 억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미국이 지금 6.12 공동선언을 이행할 실질적인 의사가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의심된다)"라며 "북한도 문제제기를 할 뿐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도 의문이 든다. 이게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 "지난번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다녀왔는데 아마도 종전선언 주체 문제를 협의하러 갔을 것"이라며 "가서 완전히 결론을 못 내고 온 것 같은데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들며 "제가 직접 미국과의 협상 창구 역할은 안 했지만, 외교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얘기할 때와 통일부가 직접 미국에 호소할 때가 다르고, 한 번 얘기해서 안 되는 것을 두 번, 세 번 얘기하니까 되더라. 그러니까 정 실장이 한 번 갔다와서 안 됐다고 포기하지 말고 또 가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5차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가을에 하기로 했지만 종전선언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가기는 곤란하다. 종전선언을 하고 나서 가든지 해야 한다"며 "(9월 하순) 유엔총회를 계기로 해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는 10월쯤 가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은 (너무 촉박해서) 전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9월은 북한의 9.9절(정권수립기념일)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9월 중순 이후라야 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그 다음에 유엔총회에 가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나, 뭘 얘기할 것이냐 하는 의제 문제가 있다. 종전선언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어서 남북 간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종전선언 관련 상황의 진전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상원 답변을 들으면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 미국도 준비가 돼 있다는 것 아니냐"며 "의미있는 말을 언제 할 것이냐 하고 타이밍을 놓고 시점 조절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극적으로 터뜨리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며 미국이 "11월 중간선거에 최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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