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의지 흔들릴 위험한 국면 직면"

외무성 담화 통해 "미국, 강도적 비핵화만 요구해"

북한 외무성이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대변인 담화를 내고 회담 결과와 관련해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을 마치고 "복잡한 이슈이긴 하지만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시간표 설정에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평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6일과 7일 이틀 간 평양을 방문해 총 9시간에 걸쳐 김영철 부위원장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고위급 후속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6.12 정상회담 이후 3주 만에 열린 고위급 협상이 이견만 확인하고 끝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후 북미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 간의 방북 일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평양을 떠난 것도 이 같은 회담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우선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측에 제시하려 했던 조치와 관련해 "조미 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할데 대한 문제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 정전협정 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 선언을 발표할데 대한 문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생산 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 발동기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 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 협상을 조속히 시작할데 대한 문제 등 광범위한 행동 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한 "회담에 앞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시는 친서를 위임에 따라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측 수석대표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정중히 전달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훌륭한 친분 관계와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감정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대화 과정을 통하여 더욱 공고화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회담에서 끝까지 고집한 문제들은 과거 이전 행정부들이 고집하다가 대화 과정을 다 말아먹고 불신과 전쟁 위험만을 증폭시킨 암적 존재"라고도 했다.

또한 "정세 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 사이의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이며 근 70년간 지속되어온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로서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된 문제이고 조미 수뇌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열의를 보이였던 문제"라고 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협상에서 김 부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 27일 북미 혹은 남북미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이 거절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한 "미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합동 군사연습을 한두개 일시적으로 취소한 것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총 한자루 폐기하지 않고 모든 병력을 종전의 자기 위치에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연습이라는 한개 동작만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것은 언제이건 임의의 순간에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극히 가역적인 조치로서, 우리가 취한 핵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 폐기 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교했다.

자신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 등 되돌릴 수 없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빌미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국, 강도적 요구조건...트럼프에 대한 신뢰는 아직 그대로"

북한은 이어 "회담 결과는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 측이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부합되게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낡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새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백전백패한 케케묵은 낡은 방식을 답습하면 또 실패밖에 차려질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조미 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되는 싱가포르 수뇌회담에서 짧은 시간에 귀중한 합의가 이룩된 것도 바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조미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자고 하였기 때문"이라며 "쌍방이 수뇌급에서 합의한 새로운 방식을 실무적인 전문가급에서 줴버리고 낡은 방식에로 되돌아간다면 두 나라 인민의 이익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수뇌분들의 결단과 의지에 의하여 마련되었던 세기적인 싱가포르 수뇌상봉은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고위급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접근법으로 언급했던 "새로운 방식"을 미국측 실무 전문가들이 훼손시키고 있다는 불만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 첫 조미 고위급 회담을 통하여 조미 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할 수 있는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하면서 최대의 인내심을 가지고 미국을 주시하여 왔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선의와 인내심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 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어 "조미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는 비핵화 단계에 병행해 체제보장 등 미국 측의 보상이 교환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재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비핵화 실현에 부합되는 객관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좋게 시작된 쌍무관계 발전의 기류가 혼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조미 양국에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에도 커다란 실망을 안겨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서로가 필경 다른 선택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이 비극적인 결과에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북한은 다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혀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수뇌분들의 의지와는 달리 역풍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세계 인민들의 지향과 기대에 부합되고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되는 것인가를 심중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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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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