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혐오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공유하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서울시 안심산후조리원의 지원 정책을 문제 삼고,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이 "특혜에 이르거나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이 대통령은 "특정 정책의 과잉은 정책 일반의 신뢰를 떨어뜨리므로 문제가 있다면 누가 제기했든 신속하게 시정하는 것이 옳다"며 자신의 주장이 정책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발언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프레시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기준 등에 비춰 이 대통령의 발언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살폈다. 이주인권 활동가들에게 대통령의 잇단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 관련 발언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발간한 <혐오표현 리포트>에서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①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②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모욕, 비하, 멸시, 위협'이란 어떤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드러내거나 혐오스러운 것에 비유하여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욕설 등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공직자는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취약한 집단에 대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월 서울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기형적"이라 비난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공직자의 표현은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행사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취약한 집단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인식 형성 사이의 경계를 충분히 고려해 보다 신중한 표현 선택이 요구된다"고 의견을 표명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춰보면 이 대통령의 다문화 가정 관련 발언도 논란 소지가 있다. 먼저 문제되는 것은 부정적인 편견이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 등 이주 활동가들은 공공 산후조리원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는 산후조리는 통상 가족이나 어머니의 도움으로 이뤄지는데, 고향을 떠난 이주 여성은 이런 도움을 받기 어려워 가족 돌봄의 부재를 메우려는 성격이 있다고 짚었다.
각 가정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기준을 정비할 수는 있으나, 이런 맥락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다문화 가정을 콕 집어 국가유공자·장애인·다자녀 산모 등과 동일한 대우를 제공한다고 문제 삼는 것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기초한 발언일 수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X에 공유한 게시물에는 "다문화 가정은 고맙게 생각하지 않더라", "쟤네들 한국말은 하냐?" 등 다문화 가정을 비난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 게시물 공유가 그 내용 전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최초 게시물에서 이 대통령은 "좋은 지적 감사하다"고 했을 뿐 원 글에 담긴 표현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행위가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도 문제다. 당장 이 대통령의 X 계정에 "다문화 외노자 정리해주면 지지함", "다문화가 벼슬인가?" 등 댓글이 달렸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원 게시물에도 "다문화라는 X같은 극좌파 테러사상 좀 이젠 버려라"는 댓글이 달렸다.
<프레시안>과 통화한 이주 활동가 사이에서는 다문화 가정 발언은 물론 이 대통령이 최근 '외국인 노동자는 임금을 전부 송금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 역시 직접적 혐오 표현 내지 혐오를 조장한 표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농업, 어업 등에서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다. 이주노동자를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시켜 국내에서 돈을 쓰게 하려는 정책도 시행되기 시작했다"며 "이런 맥락을 전부 무시하고 이주노동자가 번 돈을 정부 송금해 경제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특정 집단 자체를 문제 삼은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주민을 향한 가짜뉴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었으면 갑자기 이런 글들이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일 나쁜 방식의 혐오·차별 조장"이라고 꼬집었다.
다문화 가정을 겨냥한 '역차별'은 틀린 말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정영섭 집행위원은 "여러 이주민이 한국 국적이 없단 이유로 사실상 거의 모든 공공사회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일부 정책만 떼놓고 지원이 과도하다거나 역차별이라 주장한다면 이주민이 겪는 다른 모든 취약성과 인권침해 문제를 지우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활동가들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고려해 이주민 등 소수자에 대한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하며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지, 다문화 가정에 왜 지원이 필요한지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혐오와 차별에 쉽게 노출되는 이주민에 대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언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편견을 키울 수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예정 위원장도 "이주노동자를 배격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고 특정 국적의 사람을 내쫓아야 한다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이민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해 쉽게 말했을 때 생길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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