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대통령이 AI에 기대서 국정을 운영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전날 소셜미디어 글에 대한 비판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공소청·중수청·경찰청 등 수사·기소기관의 국무회의 참석이 수사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미나이(AI)에게 물어봤다"며 "정부조직법 제11조 부정하는 공소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강하게 맞받았고, 이에 '국정을 AI에 묻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왜 수사 담당하는 기관장들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저는 그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정부조직법 5·11·12조를 언급하면서 분명하게 말씀하셨다"면서 "이 발언은 그때 방송을 통해서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민들한테 직접 밝힌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였다"고 했다.
즉 "어제 대통령의 X 글과 13일 국무회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동일한 얘기"였으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마치 생성형 AI에게 물어보고 '수사기관 국무회의 배석은 필수'라는 논리와 근거를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보도)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AI 답변을 국정 운영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초유의 일'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 수석은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에 물어봤다'고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의 관련 규정이 AI에게 물어봐도 확인되는 분명한 팩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AI를 "팩트를 찾아내는 도구"로만 활용했으며 "AI에게 국정을 묻는 것이 아니고 AI에게 법률 조항의 팩트를 따져봤다는 것"이라고 그는 부연 설명했다.
이에 한 기자가 '성 수석의 설명대로라면 어제 대통령 글 중에 '위헌적 억지', '궤변' 등의 표현도 대통령의 생각인가'라고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 위헌적 억지이고 궤변"이라고 했다. 이 기자가 '국무회의 불참론이 위헌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이 관계자는 "그래서 위헌'적' 억지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청와대는 보수·진보진영을 막론하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다.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성 수석은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문제와 관련, 대통령이 거듭해서 의견을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문제 제기들을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 참석 자체를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나 수사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은 국민주권 정부의 국무회의 운영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 수석은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한다'는 제목의 보도를 보면, 대통령의 말씀 (중) '화이트 칼라 범죄, 권력형 부패범죄, 금융범죄 등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증명해 달라'고 말한 대목(을 문제삼았다)"이라면서 "이게 수사 지휘냐"고 따졌다.
성 수석은 "일반적으로 수사 지휘라고 하는 것은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인허가·특허 권한을 갖고 있는 장관들에게 구체적인 인허가 지시를 하지 않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건 수사 지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국무회의를 정부 기관장들이 국정 철학 및 현안을 공유하고 민생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해결하는 장으로 운영 중"이라며 "민생 현안을 비롯한 사회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특정 부처만이 아닌 모든 부처·청이 칸막이를 없애고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따라서 모든 외청이 국무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출범한 중수청과 공소청도 정부조직의 일원으로서 이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성 수석의 발언 취지에 대해 "수사기관장이 다른 행정기관장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분류돼서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될 기관장이다', '참석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회의 배석 여부가 수사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자동적인 장치가 아니다"라면서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았던 시절, 과연 검찰총장이 정치적이고 독립돼 있었고 검찰이 정치검찰이 아니었나"라고까지 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더라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정수석의 역할이 대통령의 뜻을 받아 구체적인 사건이나 개별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을 지휘하는 (것이었던) 흑역사가 있었다"며 "그런 것을 깨뜨리고 비정상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현재 우리 정부의 방향"이라고 재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장들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 입장에 재고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냐'고 한 기자가 묻자 "장관들의 경우에도 사실 국무회의 정례 참석 멤버이지만 국회 답변이 있거나 현장 일정이 있거나 외부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차관이 대참을 하기도 하고 불참하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이후에 상황을 봐가면서 참석 여부를 분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겨레>는 '중수·공소청장 국무회의 배석, 법 따질 문제가 아니다' 제하 사설에서 "지난 정부에서 수사·공소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자칫 수사·공소 기관에 필수적인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경계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과 부하로 얼굴을 맞대는 모습이 반복되면 국민 눈에는 이 기관들의 중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울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이날자 지면에 '이 대통령, 수사기관장 국무회의 참석 고집할 일 아니다'라는 사설을 싣고 "형사사법은 실질적으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외관으로도 공정해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수사·기소 대상에는 국무회의 참석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중수청장·공소청장이 그들과 정례적으로 만나는 일 자체가 독립성·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AI까지 동원해 중수청장·공소청장 배석을 고집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참여연대는 "국무회의 정례 참석은 당연하게도 수사·공소기관 공정성의 외관을 훼손한다"며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수사·공소기관장이 정례적으로 참석해 국정 방향과 방침을 공유하는 구조는, 구체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수사·공소기관에 정치적 부담을 준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무회의에 유관기관장을 정례 참석시키는 것은 삼가고 자제돼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꼭 필요한 경우'로 배석 요구를 최소화하고, 수사·공소기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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