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광역특구법 입법을 준비하면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특례를 포함한 법안과 포함하지 않은 법안을 동시 발의하고 나선 데 대해 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통상 정당, 특히 여당의 경우 집권세력 내의 제 정파와 지역·이익단체 등의 의견을 교차 수렴해 정부안 또는 여당안을 정리된 형태로 발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 민주당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을 복수 발의하고 당 안팎에서 진행되는 토론을 통해 흡사 상임위에서 대안(代案)을 마련하듯 단일안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상혁 의원이 20일 52시간제 예외 적용 특례를 적용한 법안을 발의했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간사 최기상 의원은 21일 이 특례 조항을 제외한 내용의 별도 법안을 발의한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법안의 주요 쟁점인 노동시간 특례 등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은 특례를 포함한 안과 포함하지 않는 안, 이렇게 두 가지 법안을 제출한다. 처리시점을 못박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보진영과 노동계는 특히 박상혁 의원 안(案)에 집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현재 고용노동부와 양대 노총 및 대한상의·경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실무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진행 중인데,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는 52시간제 예외 적용법을 여당 상임위 간사 명의로 일단 발의부터 하고 나선 데 대해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민주당 지도부 내 노동계 몫 지명직 최고위원인 권미경 최고위원(현 한국노총 공공연대노련 위원장 겸임)은 21일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양대 노총이 공통으로 '신뢰가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권 최고위원은 "양대 노총은 초광역특구법 발의를 주 52시간 예외 등 이른바 노동 특례 강행 추진으로 읽었다"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당부한다", "충분한 협의를 다시 강조드린다"고 했다.
당 원로 박지원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인터뷰에서 "두 개의 법안을 낸 것은 조금 더 노동계, 한국노총·민주노총과 대화를 해보겠다는 좋은 발상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민은 이걸 간보기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은 "(유권자들은) '왜 소신 없이 이렇게 했느냐'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두 가지 법을 낸 것은 조금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을 내겠다는 예고를 하면서 노동계와 산업계가 더 대화를 하는 사회적 합의가 되도록 노력했어야지, (법안 발의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했다.
당 밖에서도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순서가 틀렸다"며 "나는 반대"라고 했다. 조 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민주당은 조세정의와 주 52시간 노동제를 지켜야 한다"며 "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과 이를 위한 특구 지정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문제는 특구가 아니라 위험한 '특례'"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먼저 순서가 틀렸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은 양대 노총 위원장들에게 '사회적 대화로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그 요청에 따라 민주노총까지 6년 만에 노사정 테이블에 앉았고 실무회의가 5차례 열렸지만 핵심 쟁점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여당이 먼저 법안부터 냈다. 이것은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의 신뢰를 스스로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대통령 요청을 믿고 테이블에 앉은 노동계는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하나"라면서 "주 52시간 노동제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소득 상위 3%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상위 3%에서 시작한 예외는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개미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정기국회에서 초광역특구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노동시간 제도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신속한 논의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 결과 브리핑에서 "노동계와 조율과정은 당연히 거칠 것"이라며 "두 의제를 다 상정한 것은 그만큼 공론화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덮어놓고 일방 강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열어놓고 숙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