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일정한 선을 그은 가운데 외신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지지율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지지층의 뜻에 반하는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요구를 일축하며 이란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에 엄청난 외교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 정치적 문제 때문에 파병을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분쟁에 마지막으로 병력을 파병했던 사례인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정부였지만 소속 정당과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며 "비록 당시 파병은 주로 공병 및 의료 부대로 구성됐으나, 그 결정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내 여론은 여전히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지난 11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 병력과 자산을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5%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 역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전력을 파견하는 것과 관련한 반대 시위가 잇따르면서, 한국 정부는 일부 세력들과 갈등을 빚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지지통신>도 "미국 트럼프 정부가 군 파병을 놓고 한국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한국 국내의 반대 여론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또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혀, 아덴만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해역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본 방송 TBS는 "한국 정부로서는 파병에 따른 국내 여론의 반발이나 이란과의 갈등을 피하면서도, 이미 다른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대(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란 언론들도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각각 이 대통령이 "명백히 말씀드릴 수 있다.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일은 없다. 그런 형태의 파병이든 군자산 파견이든 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 원칙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등 중동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하면서 본격적인 파병 움직임을 보이자 이란 측은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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