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아시아 제패한 대전고 우주로·한규민 "대전고라는 자부심으로 뛴다"

8년 만의 정상, 결승서 일본 2-0 완파…2학년 태극마크는 이례적

▲ 우승 순간의 우주로 선수(왼쪽)와 한규민 선수(오른쪽). ⓒ대전고등학교야구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을 2-0으로 눌렀다. 조별리그부터 6전 전승, 8년 만의 우승이었다. 통산 6회로 일본을 제치고 최다 우승국에 올랐다.

그 자리에 대전고 선수 두 명이 있었다. 3학년 유격수 우주로와 2학년 투수 한규민이다. 청소년 대표팀에 2학년이 뽑히는 일은 드물다. 이번 대표팀의 2학년은 포수 한 명과 한규민, 둘뿐이었다.

귀국한 두 선수와 김의수 대전고 감독을 만났다.

프레시안: 일본을 2-0으로 이기던 순간, 어디에 있었나. 또 어떤 기분이었나.

우주로: 유격수 자리에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우승이기도 하고 저희끼리 모여서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게 영광스러웠습니다. 다 같이 나라를 대표해서 이런 결과를 냈다는 데 자부심을 많이 느꼈습니다.

한규민: 저는 덕아웃에 있었습니다. 선배들 플레이를 보면서 경기에 대한 걸 많이 배웠습니다.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내년에는 제가 저렇게 할 수 있게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전국에서 모인 또래들과 3주를 함께 지냈다. 어땠나.

우주로: 전국에서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인 거라 실력적인 부분에서는 다들 잘했습니다. 저도 거기에 맞게 좀 더 집중해서 플레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규민: 저는 잘하는 형들이라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 우주로 선수(왼쪽) 한규민 선수(오른쪽). ⓒ프레시안(문상윤)

대표팀은 지난달 25일 부산 기장에서 소집돼 3주 일정을 치렀다. 우주로에게는 자신을 시험하는 시간이었고 한규민에게는 배우는 시간이었다. 같은 팀에서 뛰고 온 두 선수의 답이 갈리는 지점이다.

프레시안: 대전에서 그리고 대전고에서 야구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주로: 대전고는 역사도 오래됐고 명문이기 때문에 대전고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면서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시설이 좋고 야구장도 잘 돼 있어서 만족하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한규민: 저는 포항중을 나와 포항에서 대전고로 왔습니다. 시설이 좋아서 운동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감독님과 선배, 동료, 후배들이 잘 챙겨줘서 대전으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고 야구부는 대통령배 2회 우승을 비롯해 네 차례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충청권 명문이다. 올해 6월에는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년도 우승팀 성남고와 우승 후보 부산고를 잇따라 꺾고 올라간 결승이었다.

대전 고교야구의 사정이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지역 야구부는 대전고와 대전제일고 두 곳뿐이고 중학 유망주들이 여건이 나은 외지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그런 가운데 대전에서 훈련한 선수 둘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프레시안: 롤 모델과 꿈을 듣고 싶다.

우주로: 두산 베어스의 김재호 선수가 롤 모델입니다. 김재호 선수 같은 플레이를 구현해내고 싶어서 프로에 가게 된다면 김재호 선수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꿈은 아직 여기까지 가자고 정해놓은 건 없습니다. 제 몸이 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올라가기 위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한규민: 저와 많이 친하고 많은 배움을 주는 문동주 선수를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얘기도 많이 합니다. 저도 제 꿈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선수의 본분을 다하면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경기에 임해서 좋은 선수로 기억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재호는 두산에서만 뛴 원클럽맨 유격수다. 화려한 기록보다 오래 한자리를 지킨 수비형 내야수로 기억된다. 같은 포지션의 3학년이 고른 이름이다. 문동주는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다. 2학년 투수가 지역 구단의 선배에게 배우고 있다는 말은 대전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감독님은 어떤 마음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나.

김의수 감독: 선수들을 이끈다기보다 함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났지만 우리는 같은 야구인이고 같은 선후배입니다. 함께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수들을 대할 때 진실되게 대하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선수들이 엇나가거나 경기가 잘 안 풀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소통에서 진심이 통해야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힘이 되고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제 후배 겸 제자 겸, 야구로서는 내 아들이라고 합니다. 자식 같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선수를 자식처럼 여기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김의수 감독: 저희 아버님도 야구를 하셨습니다. 공주고등학교 야구부를 창단하셨고 이곳 대전고에서도 감독을 하셨고 원광대에서도 감독 생활을 하셨습니다. 공주고 창단 당시 제자가 지금 한화 이글스를 맡고 있는 김경문 감독님입니다. 그때 충남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 대통령배 우승을 했습니다. 대전고에서는 4년 가까이 감독을 하셨고 원광대에 계실 때는 국가대표 감독도 하셨습니다.

제 아들도 야구를 했습니다. 지금은 부상으로 놓았지만요. 이렇게 3대가 야구를 하다 보니 선수들도 다 제 자식처럼 느껴집니다.

김 감독은 천안남산초와 충남중 야구부를 거쳐 2015년부터 대전고를 이끌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타지로 진학했다가 대전고로 돌아오려는 지역 선수의 전학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 좋은 선수를 마다할 감독은 없지만, 그런 선례가 쌓이면 대전의 유망주들이 일단 타지 명문고에 갔다가 안 되면 돌아오면 된다고 여기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전력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역에서 선수를 키우겠다는 선택이다.

그 선택의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 대전에서 훈련한 3학년 유격수와 포항에서 대전으로 와 자리를 잡은 2학년 투수가 아시아 정상에 함께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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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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