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동에 파견한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에서는 2024년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보내려고 했던 것을 비판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왜 정반대로 입장이 바뀐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4년 10월 민주당 대표 당시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분석을 위한 참관단 파견을 검토할 때 잘못됐다면서 반대했다.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고 이날 회의에 출석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몰랐다"고 답했다.
지난 2024년 10월 2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는 제28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면 우리가 그 전쟁에 직접 끼어드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는 장병 파병 문제도 지금 참관단의 이름으로 슬쩍 보낼 생각인 것 같은데, 이것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법에도 어긋나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국방부는 지난 8일 "호르무즈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며 조사단 파견을 시인했다. 다만 국방부는 파병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고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실사구시'라서 파병할 경우 뭔가 득이 있어 입장이 바뀐 것 아닌가"라며 "군사적 한미 연합 방위능력 강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 강화, 북측 핵무기 확장 억제 위한 미국 측 전술핵 배치를 포함한 군사적 대응조치 등에서 외교적 이득이 있다고 판단해서 이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저희의 에너지 (수입) 통로이고 우리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지역이라는 부분도 있다"며 "여러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 신중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고 의원은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이 (파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보니 내부적으로도 조율이 안된 사항인가"라며 "미국 요청대로 파병은 파병대로 하고 트럼프가 이야기한 대로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해 주고 대북제재 완화하고 한미 연합 훈련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주한미군 감축도 이어지면 대미 외교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면서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등 당정 간에 파병 문제는 조율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볼 때 집권당과 정부의 의견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데 어떻게 이 정부를 믿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예정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파병 문제에 대해 어느 선까지 협의할 예정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박 차관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방안이 없어서 확정적 이야기를 말씀하시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해당 회담에서 파병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급처럼 이날 여당 의원들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의사 출신으로 국제보건 및 인도주의 분야에서 활동해 온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외교부가 재외국민 보호와 국제법 및 유엔협약 위반 등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로 파병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냐며 질타했다.
차 의원은 "(미국과 이란 전쟁이) 국제법에서 용인되는 형태도 아니고 유엔의 결의안이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없이 파병부터 준비한 것인가? 검토 보고서가 있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은 "파병 검토보고서는 따로 올리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차 의원은 "(미국과)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되든 호르무즈 개입에 대한 재외국민 보호, 국제경제 에너지 공급망의 영향, 호르무즈 개입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나 유엔 다자체계의 정당성에 대한 사전검토는 필수적"이라며 "적절한 법적·외교적 검토, 재외국민 대응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다면 국회에서도 이후 (파병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역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한미 동맹은 서로 침략 당했을 때 지원해 주는 것이 토대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침략당한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침략한 전쟁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동맹 차원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 의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정하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병 논의는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우려했다.
파병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이미 국방부 주도의 조사단을 보낸 상황에서 이러한 입장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파병을 위한)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조사단을 파견해서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다. (정부가) 파병도 선택지 중에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전쟁 양상을 비춰보면 해상초계기든 군수지원함이든 가게 될 경우 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들른 것을 두고 "UAE는 해상 초계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군 기지가 있고 바레인에는 군수지원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있다"며 "이미 파병 결정해 놓고 정보를 흘리면서 국민 여론 간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보내지 않을 거면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김 의원은 "국가안보실장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 5월에는 항행의 자유를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7월에 실질적 기여라고 하고 9월에는 군사적 기여라고 한다. 두 달마다 한 번 씩 간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들로부터 파병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자 박 차관은 "국내적으로는 파병이라고 설명하는데 저희가 소통하고 국제사회와 이야기하는 것은 '기여'"라며 "지역에서의 안정 회복하는 부분에 있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내부적 검토를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문제에서 어떤 구체적 방안에 이르더라도 우리의 주체적 결정"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국제적 원칙에 따른 부분, 우리 국민의 보호, 선박 안전, 통항 질서 회복 등과 관련돼 있어서 관계되는 국가들 및 국제사회와 협의는 할 수 있으나 국익에 기초해 내려야 할 저희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중에 NSC 회의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에 NSC 회의를 개최했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열리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의 전에 NSC 열릴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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