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암은 왜 덜 연구되는가?

[서리풀연구通] 암 연구자 수와 연구 지원 심사 과정의 성별 편향

암은 여전히 전 세계 사망 원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보건 문제다. 그만큼 각국 정부와 연구 지원 기관은 지난 수십 년간 암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그런데 그 돈이 병의 무게에 따라 공평하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유럽에서 지난 16년 간 지원된 암 연구 프로젝트를 모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같은 무게의 병이라면 남녀 어느 쪽에 더 많이 발생하는 암이든 비슷한 규모의 연구비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그러한가. (☞논문 바로가기: 여성이 주로 걸리는 암은 연구비가 부족한가?)

이 질문을 검증하기에 이상적인 자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선정되어 지원받은 프로젝트들뿐이고, 그 뒤에 놓인 지원서 전체의 규모나 어떤 주제가 얼마나 자주 탈락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어떤 암 연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것이 애초에 지원 자체가 적어서인지, 지원은 비슷하게 몰렸지만 심사에서 밀려서인지는 이 자료만으로 완전히 갈라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 한계를 감안한 채로 분석을 설계했다. 이들은 유럽위원회가 2007년부터 2023년 사이 지원한 암 연구 프로젝트 1078건의 자료를 구축했다.

그리고 각 프로젝트가 다룬 암 유형을, 그 시기 유럽에서 남녀 사망자 분포에 따라 남성 다수 암과 여성 다수 암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발병률과 잠재 수명 손실 연수 같은 질병 부담 지표를 통제 변수로 넣고, 프로젝트 기간과 연구비 종류, 지원 시기까지 함께 보정했다. 요컨대 "같은 종류의 연구비로, 같은 기간 동안, 비슷한 규모의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사망에 이르는 두 가지의 암이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연구비를 받았는가"를 물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이다. 지원 여부를 걸러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지원된 이후의 자원 배분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존재하는지를 보이겠다는 것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격차 자체의 규모부터 보자. 질병 부담과 여러 프로젝트 특성을 통제하고도, 여성 다수 암을 다루는 프로젝트는 남성 다수 암을 다루는 프로젝트보다 평균 3.7% 적은 연구비를 받았다. 프로젝트 하나당 약 5만 4600유로(한화로 약 8000만 원대) 적은 셈이다. 이 격차는 남성 다수 암을 무엇으로 정의하더라도 일관되었다. 발병자 분포로 남성 다수 암과 여성 다수 암으로 나누거나, 장애보정생존연수(DALY)로 다시 나누어도, 결과는 같은 방향이었다. 여성이 더 많이 죽거나 더 많이 앓는 암은 그렇지 않은 암의 연구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격차는 어디서 올까? 연구진은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을 검증해보았다. 먼저 확인한 것은 연구자 풀 자체의 편향이다. 연구자들의 논문 실적과 심사 이력을 등록해둔 데이터베이스(Publons)에서 유럽 암 연구자 927명을 확인해보니, 60% 이상이 남성이었다. 특히 논문 수와 피인용 수로 상위 100위를 뽑아보면 그중 89명이 남성이었다. 그리고 남성 연구자들은 주로 남성 다수 암을 연구했고(72.5%), 여성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성 다수 암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연구할 사람 자체가 남성 중심이니, 어떤 병이 연구되는가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살펴본 것은 심사 테이블의 성별 구성이다. 유럽연구위원회는 학문 분야별로 구성된 평가 패널이 지원서를 심사한다. 위원 임기가 있어 같은 패널이라도 해마다 여성 위원 비율이 조금씩 달라진다. 연구진은 바로 이 시기별 변이를 활용했다. 서로 다른 패널을 비교하는 대신, 같은 패널 안에서 여성 위원이 많았던 해와 적었던 해의 결정을 비교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패널 자체의 학문적 성향이나 분야 특성은 상수로 고정되고, 오직 여성 위원 비율 변화의 순수한 영향만 남는다.

분석 결과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는 남성 다수 암이 여성 다수 암보다 11.6% 더 많은 연구비를 받았다. 여성 위원 비율이 10%로 올라가면 격차는 8.5%로 줄고, 20%면 5.4%로, 40%에 가까워지면 사실상 사라졌다. 누가 결정 테이블에 앉는가에 따라 어떤 병이 우선순위에 오르는가가 조용히 바뀌고 있었다.

그럴듯해 보였던 다른 설명들은 자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여성 연구자가 애초에 지원금을 덜 받아서 여성 다수 암 연구비가 낮아진 것 아니냐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았다. 연구자 성별에 따른 지원금 규모의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 다수 암 연구가 더 뛰어난 성과를 내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을 받을 만하다는 설명도 지지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지원 이후 1년과 3년 시점의 누적 피인용 수와 암 유형(남성 다수 여부)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없었다. 남성 다수 암이 더 치명적이어서 자원 배분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가설도 마찬가지였다. 각 암 유형이 전체 암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남성 사망 비율 사이에는 거의 평평한 관계만 관찰되었다. 결국 병의 무게 자체는 이 격차를 설명하지 못했다.

여성 다수 암이 저평가되어 왔다는 사실은, 곧 어떤 몸의 아픔이 연구할 만한 문제로 인정받아 왔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구비의 흐름은 단순한 예산의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알아야 할 만한 것으로 볼지, 누구의 병을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삼을지에 대한 사회의 판단이다. 이 논문이 가장 뚜렷하게 가리키는 것은 그 판단이 지금까지 누구에 의해,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왔는가라는 질문이다. 결정 테이블에 누가 앉는가를 바꾸지 않는 한 병의 무게와 상관없이 어떤 몸은 조용히 뒤로 밀린다.

*서지정보

Lidia Farre, Ha Luong, Judit Vall, Are female-dominated cancers underfunded?,

Social Science & Medicine, Volume 408, 2026, 119709, ISSN 0277-9536, https://doi.org/10.1016/j.socscimed.2026.119709.

▲병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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