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먹거리 이야기] ②고기를 대신하다. (1)식물성 고기

콩으로 빚은 고기, 진짜 대안일까

▲콩으로 만든 식물성 패티. 붉은 속살과 불향까지 고기 맛의 비밀은 '헴'에 있다. ⓒ프레시안(문상윤)

콩으로 만든 패티가 진짜 고기처럼 붉은 육즙을 내며 지글지글 익는다. 몇 해 전만 해도 낯설던 이 장면이 이제는 마트 정육 코너 옆에서 어렵지 않게 보인다. 오래전부터 있던 채식용 '콩고기'와는 결이 다르다. 요즘의 식물성 고기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용식이 아니라 고기를 먹던 사람의 입맛을 그대로 겨냥한 기술이다.

식물성 재료가 어떻게 고기가 될까.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대두나 완두에서 뽑은 단백질을 고온·고압으로 밀어내 성형하면, 고기처럼 결이 살아 있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코코넛유 같은 식물성 지방을 더해 씹을 때 배어 나오는 육즙을 흉내 낸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향과 색에서 갈린다. 여기서 열쇠가 되는 것이 '헴(heme)'이다. 헴은 철을 품은 분자로 동물의 피와 근육 속 색소(헤모글로빈·미오글로빈)에 들어 있어 고기의 붉은빛과 특유의 향, 이른바 '피 냄새'와 철분 맛을 만들어 낸다. 굽는 동안 헴은 다른 성분과 반응하며 고기다운 향을 촉발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헴은 식물에도 있다.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 들어 있는 '레그헤모글로빈'이 그것이다. 어떤 식물성 고기 제품은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를 효모에 넣어 발효로 대량 생산한 뒤 반죽에 더한다. 그 결과 구울 때 붉은 육즙 같은 느낌과 고기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결국 고기 맛의 정체는 단백질 그 자체가 아니라 구울 때 피어나는 향과 헴에 있으며 식물성 고기 기술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 셈이다.

환경 측면의 이점은 분명하다. 여러 전과정 평가에서 식물성 패티는 같은 무게의 소고기 패티에 견주어 온실가스 배출이 약 90%, 토지와 물 사용은 9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대로 소를 기르는 데 드는 자원과 배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일부를 식물성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식물성이니 당연히 건강하다'는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 시판 식물성 고기의 상당수는 여러 성분을 넣어 가공한 초가공식품이고 육즙을 내려고 넣은 코코넛유 때문에 포화지방이 적지 않으며 맛을 위해 나트륨이 높은 제품도 많다. 물론 동물성 고기와 달리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은 없다. 근거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SWAP-MEAT'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8주간의 실험에서 동물성 고기를 식물성 고기로 바꿔 먹은 참가자들의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평균 약 10mg/dL 낮아졌다. 즉 '붉은 고기를 대신하는' 자리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먹어도 좋은 건강식품인 것은 아니다. 두 면을 함께 보아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를 견주어 둘 만하다. 두부와 렌틸콩, 삶은 콩처럼 가공을 덜 거친 식물성 단백질도 있다. 이들은 값이 싸고 조리도 단순하며 초가공에 대한 걱정도 적다. 반면 식물성 고기는 '고기를 굽고 씹는 익숙한 습관'을 그대로 옮겨 올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기보다 식물성 고기는 고기에서 식물성으로 건너가는 '다리'에 가깝다.

시장의 현실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식물성 고기는 한때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성장세가 주춤하다. 맛과 가격, 그리고 '결국 초가공식품 아니냐'는 인식이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이 앞으로 넘어야 할 벽도 여기에 있다. 더 적은 첨가물로 더 나은 향과 식감을 내는 것이다.

정리하면 식물성 고기는 '고기를 끊자'는 절제 운동이라기보다 늘어나는 육류 수요를 감당하면서 그 생산에 드는 환경 비용을 낮추려는 흐름 위에 놓인 기술이다. 고기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훨씬 적은 온실가스와 땅, 물로 내놓자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이 대안을 현명하게 쓰면 된다. 고를 때는 포장의 포화지방과 나트륨, 원재료를 확인하고 두부와 콩 같은 통짜 식물성 단백질과 번갈아 먹는 식으로 말이다. 완벽한 고기의 복제품을 기다리기보다 이미 손에 잡히는 이 대안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지금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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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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