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시설장, 장애인 피해자가 '현저한 저항' 안 했다고 강간죄 일부 무죄…여성계 반발

여성단체들 "강간죄 성립 기준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꿔야"

장애인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이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일부 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성계는 재발방지를 위해 강간죄 성립 기준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4개 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피해자가 모두 다 다르게 놓여있는 환경과 조건, 맥락을 무시하게 하는 형법 297조 강간의 폭행·협박 기준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엄기표)는 지난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12~2025년 사이 인천 강화군 색동원에서 입소자 3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거부한 피해자의 머리에 유리컵을 던져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으나, 피해자 1명에 대한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와 성관계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했다는 사실까지 인정돼야 하는데,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돼있다. 재판부에 따라 해석이 다르지만, '피해자의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에 이르렀을 때만 폭행 및 협박을 인정하는 '최협의설'에 따른 판단이 나오는 일이 잦다.

단체들은 강간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해 "장애라는 상태, 시설이라는 상황을 적극 고려하던 재판부가 강간죄에 대해서는 폭행 협박을 강조했고, 그에 더해 피해자의 현저한 저항 정도를 요구하는 '최협의설'을 강조하며 무죄를 선고하다니 허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성토했다.

단체들은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 여부에서 동의 여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폭력이 무죄가 돼 버리는 이 기막힌 법을 당장 고쳐라. 국회와 정부는 형법 297조 개정에 즉각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색동원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색동원 공대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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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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