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근무하던 연구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일 통일연구원은 언론 배포문을 통해 "지난 8월 18일부터 본 연구원에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연구원이 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통일연구원은 "유족과 협의 하에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 등과 관련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유족과 협의 하에 연구원 내외부 인사가 고르게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일연구원은 "조사위원회에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요구되는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이 모 씨가 사망한 배경을 두고 유족들과 지인은 연구원 내에서 상사로부터 폭언과 압박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씨의 어머니 최 모 씨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씨가 연구원 특정 상사에 대해 "간호사들 '태움'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이 씨의 상사가 이 씨에게 "'대한민국 정보 장교였다는 게 이 따위야' 라는 말까지 했다고 하더라"라며 "(사람을) 이렇게 묵사발을 만들어 놓으면 살 수가 있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통일연구원 입사 전에 ROTC로 군 복무를 수행했고, 이후 북한학 관련 석사 과정을 밟은 뒤 통일연구원에 2주 전 들어왔다.
이 씨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지난 1월부터 같이 거주하고 있다는 박 모 씨는 이 씨가 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교육 과정도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돼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그런 와중에 (이 씨의) 상관, 부장은 실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여기서 잘못하면 다시는 북한학계에 발 붙일 생각하지도 말라는 폭언을 (출근) 첫날부터 했다고 했다"면서 이 씨가 "나 취업사기 당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밤 10시경 상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40여 분 동안 이 씨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제 불찰입니다' 라고 말하며 싹싹 빌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 씨가) 제가 먹는 약을 한 번에 입에 다 털어 넣으면 편안하게 갈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이 씨가 "3억 예산 프로젝트를 (계약직) 연구원 3명이 다 프로그램을 짜고 기획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통일연구원은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은 여기 있을 가치가 없다, 학계에 있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월요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도 했다면서 "그 힘든 군 생활도 버텼는데 여기 와서는 2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납득이 안 된다. 힘든 생활도 몇 년을 버텼는데"라며 "직장 내 괴롭힘 말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씨의 누나인 이 모 씨도 "원래 동생 집에 자주 놀러가는데, 이 일이 있기 일주일 전에 엄마의 전화가 와서 동생이 직장 일이 힘든 것 같은데 너가 좀 이야기 해줘라고 해서 동생 집에 갔다"며 "직장에서 보통 안 좋은 상사 만날 때 나오는 이야기를 하길래 어느 회사나 다 똑같구나 생각했는데 (괴롭힘이) 심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굉장히 실망스럽다"라며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전면적으로 연구 기관 및 공공 기관의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프레시안>은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 내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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