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중국 히말라야 산악지대 홍수 사망자가 1000명을 넘겼고 거의 4500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900명이 집중된 여러 수력발전소에 대한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토사가 입구를 막아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열악한 대피 환경에 생존자들의 건강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감축관리청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홍수로 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까지 98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남부 치트완과 나왈파라시 지역에서 사망자가 집중 확인됐다. 부상자는 279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3916명으로 이 중 583명 외국인의 신상이 파악돼 명단이 공개됐다. 실종 외국인 중 3분의 1이 인접한 인도 출신이다. 각 수십 명이 실종된 미국,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영국, 캐나다, 중국 국적자를 포함해 37개국 출신 외국인이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인 실종자는 명단에 없었다.
이날까지 네팔에서 1만1814명이 구조됐다. 재난청은 구조가 확인된 외국인 277명 명단도 공개했다. 다수의 인도인과 중국인이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인은 명단에 없었다.
중국 쪽에서도 네팔 홍수 관련 시짱(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에서 토석류로 인해 사망자 16명, 실종자 546명을 집계해 이날까지 양국 사망자 수가 1003명, 실종자 수는 4462명에 달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구조 활동을 강조하고 인명 피해 규모와 구체적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진 않다. 사망자 및 실종자 정보는 29일 이후 추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쪽 실종자 중 절반인 261명이 외국인이다.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서 홍수 현장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정보 공개에 있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시의적절하게 대응해 왔다"며 "비방과 허위정보"라고 일축했다.
네팔 당국은 실종자가 집중된 수력발전소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대량 구조 소식이 들리지 않는 상태다. 네팔독립발전사업자협회(IPPAN)는 건설 중인 곳을 포함해 홍수가 일어난 산악지대 강을 따라 늘어선 11곳 수력발전소에서 898명 노동자들이 연락 두절 상태에 놓였다고 파악 중이다. 이 중 500명가량 터널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사업자협회는 북부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최소 576명이 실종됐고 이 중 300명이 터널 내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 <카트만두포스트>는 구조대가 물과 진흙으로 막힌 터널 입구에 도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네팔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쿨만 기싱은 지하 발전소에 산소 공급시설이 있어 발전소 실종자들이 홍수에 직접 휩쓸린 이들보다 생존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을 보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활동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지구과학자 야콥 슈타이너는 "우리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당국은 터널에 갇힌 일부 사람들에 산소를 공급하고 구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식량과 물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밀집' 대피소 환경에 전염병 우려…도로 끊겨 병원도 못 가
생존자들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UN) 사무총장 대변인은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네팔 홍수 관련 6만5000명에 긴급 식수, 위생, 보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만2000명 이상 어린이에 보호가 필요하고 5살 미만 어린이 2600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1만500명의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에 영양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107명의 어린이가 부모 및 보호자와 떨어진 상태다. 19곳 학교가 피해를 입었고 그 중 9곳은 완전히 파괴됐으며 8곳은 이재민 쉼터로 쓰이고 있다. 두자릭 대변인은 구호 관련 도로 붕괴로 인해 "접근성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라하레파우와의 한 학교에서 4개월 된 아기와 함께 대피 중인 란지나 타망(26)은 보건 담당자들에게서 열이 나는 아이에 필요한 약품 목록을 받았지만 "한 푼도 없는데 어떻게 약을 사라는 거냐"고 <카트만두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돈이 있다 해도 "시장도 거의 닫혀 있는데 약을 어디서 사나? 심지어 시장까지 가는 도로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타망이 대피해 있는 학교엔 한 교실에 30명씩, 총 150명가량의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데 화장실은 두 개 뿐이다. 신문은 일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물이 오염돼 설사병 유행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지원 필요한 이들이 늘고 있지만 도로가 끊겨 오히려 내원 환자는 줄고 있다고 한다. <카트만두포스트>를 보면 하루 700명이 내원했던 홍수 피해 지역 인근 누와코트 트리슐리 병원엔 최근 하루 5~10명만 방문하고 있다. 트리슐리 병원 홍보 담당자 리케시 리나는 인근 대피소에서 설사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검체를 차취해 실험실로 보냈다며 "위험이 확실히 커졌고 깨끗한 식수 확보도 문제"인데 "건강 문제를 겪는 많은 사람들이 일단 병원에 도달할 수가 없다"고 걱정했다.
폭우가 아닌 히말라야 고산지대 빙하 낙하가 이번 홍수의 주된 원인으로 파악돼 지구온난화가 근본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네팔 언론엔 기후 불평등을 비판하는 기고가 속속 등장했다. 보건 전략 전문가인 수누르 베르마는 네팔 <히말라얀타임스> 기고에서 "네팔은 원조가 아니라 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두 세기 동안 석탄과 석유를 태워 부를 축적한" 선진국들이 "그 부에 대한 청구서를 자발적 기부금 취급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빙하 참사는 "미국과 유럽이 양심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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